[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수은) 전성시대네요.”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은성수 수은 행장(행시 27회)이 지명된 이후 금융권에서 나온 주된 반응이다. 최종구 위원장(행시 25회)에 이어 수은 행장 출신 인사가 금융위원장 후보로 두 번 연속 지명되자 “전례가 없어 생소할 정도”라는 분위기도 있다. 그만큼 수은 행장의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전·현직 경제관료들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온다.
차기 행장 결정까지 2개월 내외 소요 전망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가 1998년 출범한 이후 수은 행장이 위원장직에 오른 인사는 진동수 전 위원장(제2대 위원장·2009년 1월~2011년 1월 재임)이 유일했다. 최 위원장에 이어 은 후보자까지 수은 행장이 연달아 금융위원장직에 지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국제금융에 정통한 관료들이 요직에 더 많이 기용되는 것 같다”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한·일 경제 전면전까지 겹치는 대외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나친 공포감이 혼란을 부른다” “스스로 위기라고 하면 정말 위기가 온다” 등 국제금융 이슈에 소신을 피력했다.
금융권에서는 몸값이 높아진 차기 수은 행장을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은 안팎에 따르면 은 후보자 공석 기간 동안 강승중 수석부행장(전무이사)이 직무를 대행하며 국회 청문회까지 감안할 경우 차기 행장이 결정되기까지 두 달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은 행장은 기재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면한다.
금융권 내 연쇄 이동 가능성
차기 행장은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이 1순위로 거론된다. 유 수석부원장은 기재부 국제금융심의관과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역임해 국제금융에 밝고,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감원(수석부원장)에서도 일한 금융통이다. 또다른 유력 후보는 최희남 KIC 사장(행시 29회)이다. 최 사장은 경제관료로 대부분 커리어를 국제금융 쪽에서 보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유 수석부원장과 최 사장이 차기에 가장 근접했다는 관측이 많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행시 30회)과 고형권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행시 30회)도 하마평이 나온다.
수은 행장직이 비면서 금융권 내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수석부원장이 임명될 경우 금융당국 전반으로 인사 판이 커질 수 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후임으로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행시 32회)의 이름이 벌써 오르내리고 있다. 최 사장이 수은으로 이동한다면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