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손잡은 현대카드…정태영의 '챕터2 전략' 힘받는다

카드 쓸수록 혜택 커지는 '챕터2'
할인·적립한도 없애 각광받았지만
月50만원 이상 조건에 성장세 주춤
코스트코와 10년 제휴 협약 통해
100만 회원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
"기존보다 혜택 늘린 카드 출시"
  • 등록 2018-09-18 오전 7:00:00

    수정 2018-09-18 오전 7:00:00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정태영식(式) ‘현대카드 챕터 2’가 반환점을 돌았다. 때마침 성사된 코스트코와 10년간 제휴협약으로 챕터 2에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카드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월 5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우량고객을 끌어와 수익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경영전략에 코스트코와의 제휴는 화룡점정”이라고 밝혔다. ‘1국가 1카드’ 정책을 고수하는 코스트코는 지난달 하순 차기 제휴사로 현대카드를 최종 선정했다. 코스트코의 회계연도 2016년(2016.9~2017.8) 매출액은 3조8040억원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코스트코 연간 회원증을 보유한 고객의 경우 대체로 월평균 56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코스트코 회원, 월 50만원↑카드결제 우량고객

챕터 2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2013년 6월 24일 취임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향후 10년을 이끌 혁신 전략이다. 핵심은 우량고객 확보에 있다. 이를 위해 할인과 적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후 쓰면 쓸수록 혜택을 얹어주는 구조로 카드상품을 재편했다. 다만 50만원 이상 쓰지 않으면 혜택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상대적으로 지갑이 얇은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챕터 2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챕터 2를 선보인 지 1년 만에 월평균 이용금액이 약 86만원을 기록, 업계 월평균 이용금액(약 40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우려대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4~15%대를 답보하고 업계순위 역시 KB국민카드와 3·4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 회장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 역시 중간 지점을 지난 챕터 2에 신선한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카드는 지난달 7일 10년 만에 새로운 컬러의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했다. ‘더 그린’은 정 회장이 직접 색상과 콘셉트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지난달 24일 코스트코와 독점제휴하며 퀀텀 점프를 위한 좌우엔진을 장착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2013년 6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현대카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카드의 새 전략 ‘챕터 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현대카드作 코스트코카드에 기대감↑

이제 시장은 현대카드가 코스트코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연출할지 궁금해한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기획실에 코스트코 제휴카드 개발을 맡겼다. 현대카드는 올초 PLCC 관련 조직을 팀 급에서 실 급으로 격상한 바 있다. PLCC기획실 첫 작품은 이베이와 협력해 제작한 ‘스마일카드’다.

코스트코와 제휴협약 직후 현대카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현대카드가 별도의 PLCC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데이터 분석과 활용, 마케팅, 브랜딩 등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갖췄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계약이 성사된 지 3주를 넘어선 현재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제휴카드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제휴계약이 내년 5월 23일까지로 반년 이상 남은 만큼 일러도 연말이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기존보다)혜택을 상향시킨 코스트코 (제휴)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고 못박았다. 이에 할인과 적립 중 택일하는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추가 혜택을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도 “어떤 상품이 튀어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컨대 코스트코에서 매달 100만원 이상 결제하는 고객은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 코스트코 리워드 삼성카드의 경우 국내 코스트코에서 결제할 때 1%의 코스트코포인트를 쌓아주지만 월 1만포인트의 적립한도가 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챕터 2 이후 적립한도의 천장을 없앤 바 있다.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삼성카드 못 넘은 ‘40만장 벽’ 돌파 목표

현대카드는 십여 년간 염원한 코스트코를 마침내 품에 안았다. 하지만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일차적인 목표는 기존 코스트코 제휴카드 회원을 흡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18년간 코스트코 제휴카드를 30만장 이상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카드는 이에 따라 40만장 이상 발급에 성공해 코스트코에 실적으로 변화가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국내 코스트코 회원은 약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카드상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정명이 부문장 역할론도 거론한다. 정 부회장의 아내인 정 부문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이기도 하다. 정 부문장의 전면 등장으로 현대차는 물론 계열사와 더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현대차에 바코드를 붙여 팔거나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의 사례를 보더라도 코스트코와 제휴는 수익 증대보다 상징적 효과가 더 크다”며 “정 부회장이 이러한 통념을 깨고 수익성까지 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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