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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탑 39.1도 그쳐
세밑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연말 도움의 손길도 움츠러 들었다.
해마다 이맘때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되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21일 현재 39.1도(목표액 3588억/모금액 1401억)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47.3도(3430억/ 1621억)과 비교하면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99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례행사인 나눔 캠페인이 시작된 이래 목표 모금액 달성에 실패한 것은 IMF 외환위기 여파가 컸던 2000년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경제가 얼어붙었던 2010년 두 차례 뿐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아직 모금 기간이 한 달 이상 남아 있다. 지난해에도 막바지에 기부가 몰리면서 100도를 달성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달 1일부터 전국 386곳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한달 동안 모금활동에 들어간 한국 구세군 역시 사정이 녹록지 않다. 총 75억 8000만원의 목표를 세웠는데 이달 16일 기준 목표치의 20.6%(15억 6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같은 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대형 자선냄비는 자원봉사자조차 없어 쓸쓸한 모습이었다. 차홍기 구세군자선냄비본부 홍보팀장은 “항상 자원봉사자가 모자랐는데 올해는 더 애를 먹고 있다”며 “챙길 곳은 많은데 보낼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탄 기부도 급감했다. 매년 12월말까지 평균 450만장 정도가 기부되는데 현재까지 기부된 연탄은 평년 대비 약 35% 적은 300만장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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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독 심한 기부 한파는 만성화 한 경기침체 속에 ‘부패방지법’(김영란법) ‘최순실 게이트’ 등이 겹친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으로 자선단체 대한 기부행위가 자칫 법 저촉 대상이 될수 있다는 우려에 몸을 사리는 기업과 개인도 늘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의 이목이 ‘최순실 게이트’에 쏠리면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가 지난달 병원과 재단의 모금 담당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40명(70%)이 ‘최순실 게이트가 기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개인 기부가 줄어든 이유로는 90명(45%)이 ‘국민의 관심이 최순실 게이트로 쏠려서’라고 답했고 86명(43%)은 ‘최순실 게이트로 기부금 운용에 대한 불신이 커져서’라고 응답했다.
허기복(60) 연탄봉사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온 국민의 정신이 한곳에 쏠려있다보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여유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희망이 있어야 기부를 할 수 있는데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일종의 패배감이 생겨났다”며 “이런 국민적 분위기에 위축된 기업들도 기부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