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위기감 고조…"내년 자산 25% 사라질 수도"

높은 수수료와 성과부진으로 투자자 떠나
제임스 블랙스톤 대표 "청산의 시기 직면"
  • 등록 2016-05-26 오전 7:59:03

    수정 2016-05-26 오전 7:59:03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헤지펀드 업계 위기감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성과부진과 자금유출 등으로 업계가 계속 위축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헤지펀드 자산 4분의 1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토니 제임스 블랙스톤그룹 대표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지금 업계는 청산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며 “헤지펀드 업계는 위축될 것이고 이는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조9000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업계가 내년 자산의 25%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헤지펀드 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헤지펀드리서치(HFR)의 글로벌 인덱스에 따르면 올 들어 헤지펀드 수익률은 -1.8%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 2분기 동안 166억달러가 빠져나가 2009년 이후 최대 유출폭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979개 펀드가 청산돼 2009년 이후 최대를 보였다.

헤지펀드 써드포인트는 지난달 업계가 올해 비극적인 실적을 낸 이후 첫 번째 정리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 역시 최근 “이렇게 많은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점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3개의 헤지펀드 회사를 갖고 있는 칼라일은 지난주 성과부진 책임을 물어 헤지펀드 부문을 이끌던 미치 페트릭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

헤지펀드는 전 세계 중앙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저금리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임스 대표는 활황장일때 헤지펀드는 증시 수익률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헤지에 나서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의 재간접 헤지펀드 변동성은 증시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지만 증시가 오를 때에는 65%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제임스 대표는 “활황장이 이어질 경우 헤지펀드 수익률은 더 뒤처질 것”이라며 “지금 헤지펀드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받고 있는 높은 수수료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자산의 2%와 투자수익의 20%를 받는 ‘2-20’ 구조가 관행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헤지펀드의 이 같은 수수료 체계는 믿기 어려운 보상체계”라고 지적했고 야누스 캐피탈 그룹의 빌 그로스 역시 트위터를 통해 “헤지펀드 수수료는 굉장한 사취”라고 꼬집었다.

높은 수수료를 떼기로 유명한 튜더인베스트먼트는 7월1일부터 수수료를 자산의 2.75%에서 2.25%로 낮추고 성과보수 수수료도 27%에서 25%로 내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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