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nd SRE]'헬조선'서 장사하기 힘든 SC·씨티銀

워스트레이팅, 응답자 11.9%가 선택…만도·한라홀딩스와 공동 9위
"가계대출 치중한 포트폴리오…잊을만 하면 나오는 철수설도 부담"
  • 등록 2015-11-25 오전 6:30:40

    수정 2015-11-25 오전 6:30:40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글로벌 선진금융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하며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스탠다드차타드와 씨티그룹. 이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우리나라 청년들처럼 미래가 불안하다. 수익성 지표는 점점 하락 중이고 점포도 줄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심 ‘헬조선(Hell Chosun)’을 외치고 있을 법도 하다.

시장은 다른 시중은행과는 달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이 우리나라 정부 신용등급과 같은 ‘AAA’라는 데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22회 SRE 워스트레이팅에서 응답자 159명중 11.9%(19명)가 SC은행과 씨티은행을 선택, 아주캐피탈과 만도·한라홀딩스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랐다. 특히 채권매니저와 브로커들의 선택 비중이 높았다.

물론 SC은행과 씨티은행이 당장 부실을 논할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사업환경과 그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볼 때 최고 등급인 ‘AAA’급의 신용등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우리나라에서 기업금융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다. 외국계 은행의 신용평가시스템은 국내 시중은행보다 보수적이기 때문에 국내 시중은행이 볼 때는 충분히 돈을 빌려줄 만한 기업도 이들의 시각에선 신용도가 낮게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탓에 기업금융 시장에서 주요 고객을 국내 시중은행에 빼앗겨 왔다. 외국계 은행들은 부동산 담보 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은 점점 SC은행과 씨티은행의 편이 되어주지 않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의 대출자는 주로 40~50대들이지만, 이들의 은퇴 시점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나이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 층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득도 줄고 있고 독신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주요 수요층이 감소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돼 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은 규모의 경제가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되지만, SC은행과 씨티은행은 계속해서 영업기반을 줄이고 있다. SC은행의 영업점은 지난 2010년말 407개에서 지난해말 283개로 줄었고 올해 상반기말에는 259개로 감소했다. 씨티은행도 2010년말 217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에는 134개로 영업점을 줄였다.

수익성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SC은행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2012년말 9.66%에서 2013년말 3.63%로, 지난해말 1.18%로 하락했다. 씨티은행의 ROE도 2012년말 3.31%에서 2013년말 1.33%로 하락했다가 지난해말 2.16%에 머물렀다.

글로벌 본사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곤 있지만,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는 점은 신용도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SRE 자문위원은 “시장에선 두 외국계 은행을 언제 우리나라를 떠날지 모르는 곳으로 보기 때문에 회사채 투자 대상으로는 편하게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시아시장 철수 움직임이 뉴스를 타면서 시장 내 우려감을 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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