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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미국)=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당신이 리더(leader)라고 믿는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로스앤젤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케이블방송 박람회 ‘2014 케이블쇼‘에서 만난 미국 케이블TV방송통신협회(NCTA)의 스티브 에프로스 자문관은 한국 케이블방송을 치켜세웠다. 초고화질(UHD) 방송 분야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선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NCTA는 UHD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런 기류속에 미국 최대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는 비공식적으로 연내 UHD방송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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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가는 韓-눈치 보는 美
한국 케이블방송은 지난달 10일 세계 최초로 UHD방송을 상용화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 등 UHD방송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시장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UHD가 활성화되려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시장도 함께 커져야 한다. 충분한 UHD 콘텐츠 확보는 최우선 과제다. 제빵기, 전기를 갖추더라도 빵의 핵심인 밀가루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케이블방송업체가 ‘2014 케이블쇼‘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UHD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 케이블방송은 한국과 달리 유선 인터넷 및 전화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의 핵심 ‘핏줄’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트래픽은 부담이다. 현재 상용화 중인 고화질(HD)방송보다 4배 이상 정보량을 실어서 보내야 하는데 그만큼 충분한 주파수 대역을 보장할 수 없는 탓이다.
3D 방송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ESPN은 작년 3D 채널 사업을 포기했다. ESPN 메인채널과 ESPN2, 라틴아메리카 등 여러 채널에서 3D방송을 내보냈지만 시청률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져 포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UHD방송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 연장선에 있다.
반면 한국은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은 주파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치열한 유료방송 경쟁 상황과 빠른 기술 변화를 요구하는 소비자 취향도 UHD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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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업체, 4K 상용화 가시화..컴캐스트도 내부적으로 준비중
머뭇거리는 케이블방송사와 달리 방송 장비업체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적인 영상장비 제조업체인 브로드컴 사는 HEVC 디코더칩 시제품을 일주일 전에 내놨다. UHD방송을 틀기 위해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핵심칩이다. 셋톱박스 전문업체인 휴맥스는 이를 활용해 UHD전용 셋톱박스(60프레임-10비트)를 전시회에 선보였다. 세계 1위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UHD방송 송출을 위한 네트워크·시스템 솔루션을 내놨고, PC 중앙처리장치(CPU)칩 업체인 인텔 사는 실시간 HEVC 인코더 장비도 시연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OTT)도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방송 영역을 점차 잠식하고 있는 인터넷방송업체인 넷플릭스는 인기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2’를 필두로 모든 영상을 UHD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케이블방송도 UHD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컴캐스트는 비공식적으로 연내 UHD상용화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세계 방송장비 전문업체 관계자는 “미국 케이블업체는 셋톱박스업체와 이미 UHD상용화를 위한 셋톱박스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커질수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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