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언론사 제보를 결심한 김진혁(가명·34세)씨. 주변의 눈을 피해 주차장에 세워둔 업무용 차량에 몸을 숨긴 채 연락을 취했다. 용기를 냈다곤 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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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소규모 임가공업체에서 레이저 절단이나 CNC선반(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Lathe·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고속으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작기계) 작업을 맡게 되면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다"며 "아무리 추가 근무를 해도 월 150만원의 임금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업은 오버타임이 많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시급대로 임금을 주게 되면 손실이 크다"며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용접 작업장이나 보일러 스팀 근처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화상도 입게되고 신체감각도 둔해지기 때문에 오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역"이라고 덧붙였다.
억울한 마음에 지역 노동청에 신고도 해 봤지만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사업장인 만큼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돌아오는 공무원들의 답변에 속을 끓여야 했다. 김씨는 "우리가 뭐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현실에 맞는 임금을 달라는 것 뿐입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연·월차휴가는커녕 한 해 휴가도 5일이 전부였다. 결혼, 상조, 산전, 산후 휴가도 따로 없었다. 심지어 퇴직금도 매월 지급하는 식으로 계산돼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씨가 이 회사를 퇴직하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신청한 사연이다.
이씨는 또 노동자 처지에서는 고용부에다 진정 신청을 해도 `법대로 해결되지 않는 허점이 수두룩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임금제도의 부당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에 대한 기록을 고용부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사용자 협조 없이는 이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는 "출퇴근 시간을 노동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사용자가 출퇴근 기록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를 증명하기부터 쉽지 않다"며 "고용부에서 파견된 근로감독관도 사용자와 대충 합의하란 식으로 강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는 감독관이 제시한 합의안에 따라 퇴직금은 받게 됐지만 연장근로, 연차, 생리휴가 등에 대한 수당은 모두 받지 못했다.
★용어설명 -포괄임금제: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해 법정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미리 약정해 지급하는 임금제도. 근로기준법 등의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판례에 근거해 통용되고 있다. ▶ 관련기사 ◀ ☞[노동자 울리는 포괄임금제]②악용되는 `인간자유이용권` ☞[노동자 울리는 포괄임금제]③판사 따라 다른 `고무줄` 판례 ☞[노동자 울리는 포괄임금제]④제도 개선이냐 vs 폐지냐 ☞[노동자 울리는 포괄임금제]⑤"장시간 근로 입법으로 바로잡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