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꾼 美자동차 노조.."위기는 경영진 탓 아니다"

UAW 위원장 WSJ 인터뷰서 주장
"연쇄 파산 막으려면 구제금융 필요"
  • 등록 2008-11-16 오후 5:09:04

    수정 2008-11-16 오후 5:12:08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미국 자동차 업계가 붕괴에 직면하게 된 일부 책임이 자동차 업계에 있다는 시각에 대해 노동자 대표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틀핑거 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신속한 구제금융을 촉구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붕괴는 우리 잘못이 아니다"고 말했다.

게틀핑거는 "자동차 `빅3`의 위기는 올해 휘발유 가격 상승과 월가의 붕괴 때문이지, 경영진의 잘못이 있었거나 노동자가 고임금을 받은 탓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월가 구제금융 과정에서는 금융인들은 물론 사무실 청소부들도 비난을 받지 않았는데, 자동차 업계 종사자만 나쁘게 몰아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억울해 했다.

그러나 WSJ은 게틀핑거의 주장은 불과 1년만에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게틀핑거는 1년 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노사가 임금 협상을 하고 있을 당시 "경영진은 노동자에게 혹독한 비용절감을 요구하면서 수백만달러를 가져가는 탐욕스러운 돼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게틀핑거는 입장을 바꿔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금융 필요성을 홍보하고 나섰다. 디트로이트 지역 라디오 외에는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던 그가 WSJ과 인터뷰까지 가졌다.

현재의 위기가 경영진의 잘못 때문이라는 평가에 대해 게틀핑거는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누구도 현재의 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변호했다.

그는 이어 "의회는 GM과 포드, 크라이슬러가 파산하지 않도록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파산보호신청을 할 경우 결코 회생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부품업체, 딜러업체 등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틀핑거는 오는 18일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 등 `빅3` 대표들과 의회에 출석해 자동차 업계의 위기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게틀핑거의 인터뷰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구제금융의 대가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인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장관은 최근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가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는 대가로 노조는 광범위한 임금과 혜택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자동차 업계가 장기적인 회생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말해 노조의 양보가 필수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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