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 브리핑)잠재매물 덜기 좋은 날

  • 등록 2008-04-25 오전 8:26:29

    수정 2008-04-25 오전 8:26:29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어제 증시는 수급 앞에 장사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줬다. 미국과 중국의 쌍끌이 랠리도 국내 시장에 누적된 프로그램 매물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상최대수준까지 차오른 매수차익잔고가 부담을 주고 있다. 청산 과정에서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하는 것은 물론, 만기까지는 지속적으로 들고가야 할 마음의 짐이다.

과거에도 매수차익잔고가 목까지 차오른 후 청산이 이뤄지면서 지수가 맥을 못춘 경험은 여러번 겪었다. 제아무리 주변여건이 좋더라도 현선물 베이시스가 악화된다면 기계적으로 매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날 1800선 안착 기회를 놓친 것이 시장으로서는 못내 아쉬울 수도 있다. 중국 증시가 9% 이상의 폭등세를 빚었고, 미국도 괜찮았으니 수급만 받춰졌다면 1800선 안착에도 기대를 걸어봄직 했다.

그러나 전날 1799포인트 마감의 아쉬움을 달랠 요인도 분명 있다. 뒤집어 보면 그동한 과도하게 쌓인 잠재매물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되는 흐름이 연출된 셈이다.

적지않은 매물 소화에도 지수 낙폭이 제한된 것을 감안하면 외부 호재를 등에 업고 1800선 근방에서 배회할 기회는 주어져 있다.

어차피 1800선 안착을 위해서는 이래저래 매물 소화는 불가피하다. 좋게 본다면 더없이 좋은 주변 여건들이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나 매물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안식처를 마련해줄 수 있다.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그 폭이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고 오르는 과정이라면 당장의 욕심보다는 상승 여건을 더 완벽하게 갖춰가는 것이 시장으로서도 득이 될 수 있다.

밤사이에도 미국 시장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포드의 예상밖의 흑자전환이나 메릴린치의 배당금 유지 소식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아마존과 모토로라 등의 실적 부진이나 17개월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은 3월 신규주택판매에도 미국 증시는 오로지 긍정적인 부분만을 취했다. 글로벌 증시 반등과 더불어 신용위기가 최악을 지났다는 낙관론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주말을 앞둔 상황인 만큼 무작정 반등 탄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이날 예정된 삼성전자 실적과 중국 증시의 추가 반등 여부, 프로그램 매물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날이 화창하다면 묵은 먼지를 털기에도 제격인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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