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요즘 주변에 직장에서 은퇴한 지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다 보니 이들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그동안 저축한 돈에 퇴직금을 보태 상가를 매입하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상가투자 수요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은퇴를 시작하는 5~7년 뒤에는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지금의 아파트 투자 시대는 머지않아 마무리되고 상가 투자 시대가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하지만 상가는 무조건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상가 과잉공급론이 나올 정도로 물량이 많은 만큼 옥석을 가려야 한다. 상가는 입지가 80% 이상을 좌우한다. 고객 접근성이 어느 정도 좋으냐에 따라 가치가 사실상 매겨진다는 얘기다.
투자의 최우선 순위는 평지의 1층 상가가 아닌가 싶다. 일종의 ‘블루칩 상가’이다. 이런 곳은 상가 과잉 공급 시대에도 제 값어치를 할 것이다. 최근 상가 시장에선 1층과 나머지 층과의 가격·임대료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2층의 상가 가치가 1층의 50%에 달했지만 지금은 30~40%로 떨어졌다.
최근 불황이 심해지면서 근린상가 2~4층에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몇 개월째 비어 있는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1층은 세입자 구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상가가 평지인지도 따져야 한다. 경사가 심한 곳은 지금도 평지 상가보다 장사가 잘 안 된다. 고령사회가 오면 고령자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평지 상가와 경사지 상가는 고객 확보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문제는 평지의 1층 상가 금액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단기간에 급등한 곳은 거품 가능성 여부를 체크하는 게 좋다. 자금 부담이 클 때에는 동료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근린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1층을 공동투자하는 게 2~4층을 나 홀로 투자하는 것보다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개발 예정지를 빼곤 수익률이 연 6%를 넘는 곳으로 압축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박원갑·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