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학선기자] 23일 달러/원 환율은 하락출발이 예상된다.
선물회사들은 지난 밤 111엔대까지 떨어진 달러/엔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도 1150원 하향돌파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화절상 흐름에 편승한 달러매도세로 하락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달러/엔 급반등이 없다면 중기적으로 113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수출이 국내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점을 감안, 정부가 환율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는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이들 기업의 국내 투자마저 얼어붙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
일본정부도 경기회복 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엔 강세를 바라지 않아 조만간 환율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단기 급락에 대한 경계감과 IMF 연차총회 이후 재차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낙폭 제한요소로 지적됐다.
전날 G7회담 후폭풍에 휘말렸던 국내 외환시장이 점증하는 하락압력 속에서도 1150원선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선물 = 두바이 선언은 미국 외환정책의 승리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두바이 선언은 "더 유연한 환율 정책(More Flexible Exchange Rates)"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G7 대표들은 "우리는 국제 금융시장이 시장 매커니즘을 근거로 완만하게 조정돼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며 "보다 유연한 환율이 주요 국가와 경제 지역에 바람직하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는 미국 재무장관 존 스노우의 승리로 평가되면서 전일 달러/엔 환율은 급락하여 111.30엔 대까지 하락하기도 하였다.
두바이 선언은 1984년 프라자 호텔에서 채택되었던 프라자 선언과 매우 유사한 인과관계를 띄고 있다. 즉, 미국 쌍둥이 적자 심화에 따른 고의적 달러 평가 절하 필요성의 대두가 양 상황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혀 상이한 상황이 존재하고 있다. 1984년 당시 일본은 대미 수출 급증과 내수 안정으로 호황 국면에 있었고, 미국은 쌍둥이 적자 심화로 내리막 길에 있었다. 프라자 선언은 당시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 합당한 달러 가치 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일의 급등한 엔화 가치는 다분히 인위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불황 탈출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경기 회복 신호가 빈약한 현 일본 경제 상황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한 강력한 압박이 바로 달러 평가 절하로 나타난 것이다. 즉, 작금의 과도한 엔화 평가 절상을 받아들일 정도의 경제적 에너지가 일본 내부에 비축되어 있느냐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경기 회복 조짐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국 통화의 과도한 평가 절상은 곧바로 무역수지 악화(일본 경제의 11%를 차지)와 경기 둔화 지속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엔화 고평가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환율이 경제펀더멘탈을 반영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극단적인 변동성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G7이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타니가키 사다카즈 신임 재무상은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으로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하며 급등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과도하고 급격한 엔화 평가 절상의 지속은 불가능하며, 적어도 그 조정 양상은 정부에 의해 강제될 수 밖에 없다.
경제 회복 조짐 미비는 궁극적으로 원화 약세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다. 전일 박승 총재는 "3/4분기 경제성장률이 2.7%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파업과 태풍으로 경제 손실이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 동력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인 부채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경기 침체 지속 조짐은 원화 강세를 제한시킬 수 밖에 없다.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개입 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 전일 외환당국은 "외평채 발행 한도가 부족할 경우 이번 정기국회 중 발행한도를 2조~3조원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외평채 발행한도는 올해 총 9조원이며 2조8000억원어치가 발행되지 않고 있다.
외평채 발행과 규모 확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언급은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또한 전일 한국 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역내외 외환거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정부 당국의 암묵적이며 실질적인 외환 시장 개입은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금일 달러/원 환율은 정부 당국의 시장 개입 시기에 대한 불안감과 전일의 황폐함의 지속 여부에 따라 그 결정될 것이다. 이미 시장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기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조성되고 있어, 심리적 요인이 가장 큰 달러/원 환율 결정 요소일 것이다. 예상범위 1145~1165원.
◇삼성선물 = G7회담을 계기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통화들의 환율정책이 일대 전기를 맞이하였다. 당초 예상과 달리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합의문이 도출됨에 따라 엔화에 대한 투기적 매수세가 급증하자 손절매물이 잇달아 출회되며 달러/엔 환율은 한때 111.32엔까지 급락 , 아시아통화들의 동반 강세를 이끌었다. 중국정부의 "안정적" 환율 정책 선언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1년 선물환 스왑포인트가 -2600bp까지 급락하는 등 아시아통화 전체에 절상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일본의 신임 경제각료들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추구하는 외환정책에 변함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G-7 회담 결과에 대해 참여국들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점 등은 엔화의 추가적인 일방적 강세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럽게 한다. 하지만 그동안 115엔에 걸려있던 빗장이 열린 만큼 봇물 터지듯 밀려드는 엔화 매수흐름을 감안할 때 달러/엔 환율은 115엔 하향돌파 이후의 지지선 찾기 작업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일 우리 외환당국은 두 차례에 걸친 구두개입으로 시장의 패닉심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외환당국의 강한 원화절상방어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본중앙은행이 한발 물러서고, 전방위적인 아시아통화 절상 압력 속에 우리 외환당국의 환율방어도 한계에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아직 회복 시그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국내 펀더멘탈과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당국의 환율하락 속도 조절을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일 달러/원 환율은 재차 1150원의 지지를 테스트하는 약세 국면이 예상된다. 당국의 개입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원화절상의 대세에 편승하려는 달러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기술적으로도 지난 5월부터 형성된 하락채널이 하단이 하향돌파됨에 따라 다음 지지선 찾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 급락에 대한 경계감과 IMF 연차총회 이후 일본이 재차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고려, 환율의 하락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범위 1145~1155원.
◇부은선물 = 달러/엔은 G7 회담의 여파로 세계경제 전반에 엄청난 폭풍을 가져왔다. 우리 경제의 여건상 이 사태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원/엔 환율이 문제가 될 것이고 전일 보여주었던 강력한 역외매도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50원선이 무너지고 달러/엔의 급반등이 없다면 중기적으로 1130원을 목표로 매도 진입하는 것이 옳으나 의외의 정부의 강력한 움직임이 포착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에도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당분간은 변동성이 커지는 장이 될 것이므로 신중한 움직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