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이 다소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응답 기업의 37%는 5년 후 중국 내 사업을 철수·이전하거나 축소될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7~9월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함께 500개 중국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실태조사를 진행 후 답변을 집계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산업연구원 등은 중국의 경영 환경 급변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2020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중국 진출기업의 2023~2024년 전년대비 매출·이익 전망 비교. (표=산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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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출·이익 기대감은 전년대비 커졌다. 지난해는 매출 10% 이상 증가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27.4%였으나 올해는 35.0%로 7.6%포인트(p) 늘었다. 10% 이하 감소 응답률은 36.8%에서 36.0%로, 유지(±10%) 응답도 35.8%에서 29.0%로 각각 줄었다. 이익 전망 역시 10% 이상 증가 응답이 지난해 23.2%에서 31.0%로 7.8%p 늘어난 반면, 유지(37.6%→31.0%)와 감소(39.2%→38.0%) 응답은 모두 줄었다.
제조 분야에선 자동차와 차부품, 휴대폰, 가전 등 소비재, 서비스 부문에선 항공·해상교통의 매출·이익 증가 기대감이 컸다. 앞서 이어진 한한령(限韓令)과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가 누그러진 데 따른 반등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렇다고 이들 기업의 업황 전망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에 처음으로 진행한 상·하반기 업황 설문조사 결과 상반기는 68.0%가 하반기 역시 67.0%가 ‘나쁘다’고 답했다. 2~3년 후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31.0%가 철수·이전하거나 이전보다 축소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5년 후 기준으론 비관적 전망이 37.0%까지 늘었다.
| 중국 진출기업의 향후 5년 사업 전망. (표=산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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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를 기준으로 응답 기업의 8.8%가 철수, 3.6%가 (타국가) 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24.6%가 축소를 전망했다. 확대 전망은 13.8%에 그쳤고 나머지 49.2%는 현상 유지를 전망했다. 이들은 중국 내 경쟁 심화와 미·중 분쟁 심화, 중국 내 생산비용 상승을 중국 내 사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중국 내 한국기업은 조달과 판매 모두 현지화를 강화하는 형태로 현지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원·부자재 조달처 질문에 전년대비 0.4%p 늘어난 68.6%가 중국 현지를 꼽았다. 한국(27.1%)을 포함한 나머지 지역 조달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업의 중국 현지 조달 비중은 지난해 40.9%에서 올해 81.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기업의 제품·서비스 판매처 역시 중국 현지기업 비중이 35.3%로 전년대비 소폭 늘고, 한국(27.7%)이나 중국 내 한국기업(23.2%)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산업연구원은 “한·중 정부간 협의 채널 강화와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 등의 정책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 보호주의 확대가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끼칠 영향 분석과 대응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