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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에서 자진사퇴한 김태일(67) 장안대 총장은 30일 밤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수위 국민통합위는 30일 오전 김 총장을 정치분과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하루도 채 안 돼 김 총장은 자진사퇴를 했다.
김 총장은 “국민통합 대의를 위해 국민통합위에 합류했는데, 30일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에서 굉장히 강렬한 반발이 있었다”며 “도와주러 왔는데 이렇게 거절을 하며 (쫓아내려고 하니) 내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내 정치적인 성향은 합리적인 중도개혁 정도”라며 “(윤석열 정부가) 통합 노선으로 가야 하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투항하라고 하는 게 아니고 공존하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해 동대학 석·박사를 거쳐 수 십년 간 정치평론을 해왔다. 그는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KBS 이사회 이사 등을 역임한 중도개혁 성향의 정치학자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창당한 국민의당에서 혁신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을 30일 임명 받았는데 오늘 사퇴했다.
△30일 아침에 정치분과위원장 인선 보도가 나간 뒤 국민의힘에서 굉장히 강렬한 반발이 있었다. 도와주러 왔는데 이렇게 거절을 하며 (쫓아내려고 하니) 내가 먼저 그만 두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왜 강렬한 반발이 있었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쓴소리를 했기 때문인가.
△그동안 언론사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며 정치평론을 해왔다. 여가부 폐지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게 사실이다. 여가부를 만들든지 없애든지 할 수 있지만, 왜 여성주의를 비틀어서 갈라치기를 하냐고 했다. 그것은 성공할 수 없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간계(奸計)라고 했다.
-개인적 신상에 문제가 있었던 아닌가.
△개인적 신상 문제는 없다. 대구의 영남대에서 수 십년 간 근무하면서도 대구 정치인들 중에서 나와 원수인 사람도 없었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한 이유는.
-국민통합위 정치분과위원장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자 했나.
△바라는 것은 승자독식 체제를 넘어서야 한국 정치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투항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들과 공존하는 통합이 필요하다. 윤 후보 득표와 이재명 후보 득표 격차가 0.7% 포인트 앞선 정도다. 윤 후보에게 뾰족한 소리를 했던 사람도 불러다 얘기를 듣고, 반대 주장도 수용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민주당도 똑같다. 선거 끝난 뒤 분개하고 있을 게 아니라 찬물 벌컥 마시고 냉정하게 돌아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신구 권력 갈등은.
△작은 일로 삐걱거리면서 긴박한 상태로 가니까 걱정이다. 인수위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양측의 공통 공약을 입법화하고 빨리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차이가 나는 것부터 하고 있다.
-윤 당선인에게 제언하고 싶은 점은.
△국민의힘 말만 들으면 안 된다. 승자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절반만 가진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제언하고 싶은 점은.
△지금은 윤 당선인과 한치의 빈 틈도 없이 단단히 결합해 공동정부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은 자기 정치를 생각하면 안 된다. 그리고 향후에 철옹성 같은 보수 기득권을 유연화 하는 게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