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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시설 현대화, 가격경쟁력 제고 역점
강원 횡성군 횡성읍에 위치한 한우농장, 이곳에서는 300마리에 가까운 한우를 키우고 있지만 축사하면 흔히 떠올리는 악취를 맡기가 어려웠다.
최철희 대표가 운영하는 이곳 철이목장은 정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 등 축사 현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정부 시범사업에 선정돼 환경 제어나 사료 지급 같은 스마트팜 통합제어시스템을 갖췄다. 한 연구기관과 협력해 축사 미세먼지 관측 시스템도 설치했다.
최 대표는 시장 개방화 물결에서 한우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송아지 가격이 계속 올라 최근 들어서는 송아지를 직접 낳아 기르는 일괄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소고기 수입이 크게 늘고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며 한우농가는 항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품질 차별화와 농가 규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제고 등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현장에 동행한 고득형 횡성축협 경제상무는 “시장 개방에 대응해 지난 20여년간 한우의 브랜드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전국적으로 2000여개의 한우 브랜드가 생겼다”며 “이 중에서도 횡성 한우는 맛과 품질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정 내 고기 소비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6일 기준 한우 등심(1+등급) 소매가격은 약 12만1000원(kg당)으로 10만8000원선인 평년보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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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방화에 발맞춰 한우의 해외 진출 노력도 활발하다. 횡성축협은 2016년을 시작으로 5년째 홍콩으로 한우를 수출하고 있다. 수입품 검사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홍콩 시장에서 인기를 얻음으로써 대규모 시장인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 상무는 “올해 수출 물량은 5t 정도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월 꾸준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 중”이라며 “마블링이 뛰어나지만 다소 느끼한 일본산 와규, 가격은 싸지만 맛이 다소 떨어지는 미국산 소고기의 장점만 가져와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남아·중동 진출을 위해서는 할랄 인증(무슬림이 먹도록 허용한 제품)이 필요한데 횡성KC 도축장은 2018년 국내 최초 할랄 도축장 인증을 받기도 했다. 다만 할랄 인증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과 소고기 수출에 따른 추가 시장 개방 우려 등이 과제로 남은 상태다.
오는 2026년이면 미국산 소고기 관세가 철폐돼 시장 개방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횡성에서 만난 한우 농장주들은 국가 간 협정인 관세 철폐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에 대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범식 번영목장 대표는 “한우는 등급이 낮게 나오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중요한 만큼 좋은 사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건초 같은 조사료(거친 사료)가 아닌 옥수수 등 곡물 사료는 전량 수입 의존하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최 대표는 “관세가 철폐돼 소고기 가격이 내려가도 사료 등 원가가 그대로면 농가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며 “FTA에 대비해 한우농가를 직접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사료업체를 지원해 가격을 낮추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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