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셋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생자의 ‘목숨값’이다. 자녀를 돌보지 않았던 친부·모가 10~20여년 만에 나타나 이들의 보상금과 보험금을 가로챈 것.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피해자들의 눈물을 더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구하라법’ 통과 촉구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
서 위원장은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았으면 돌보고 키워 학교에 보내는 건 부모의 의무인데, 이를 하지 않았으면 학대이자 유기”라며 “아이를 돌보지 않은 사람은 ‘부양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사람으로 상속 결격자라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법으로도 차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어린아이를 내팽개친 부모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식의 보험금과 위로금, 남겨진 재산을 무조건 가져가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법 개정안 발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국회이던 올해 3월에도 고(故)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의 입법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해 발의됐지만, 총선 등 정치 일정 탓에 충분한 논의를 못한 채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서 위원장은 “최근에도 28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암으로 숨진 딸의 억대 보험금과 전세금 등을 챙겨간 ‘제2의 구하라 사건’이 터졌다”면서 “시대적 상식과 정의에 부합하는 법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11개 조항, 공정거래법 8개 조항 등 많은 법령에서 ‘현저히’란 용어가 이미 들어있고, 미국·오스트리아·스위스 등 해외에서도 ‘현저히’‘중대하게’ 게을리한 경우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게 서 위원장의 설명이다.
서 위원장은 “부양의 정도를 판단해야 할 경우 법원이 판례로 구체화하면 된다”면서 “목숨값을 받아 가려는 나쁜 부모는 법원에 소송을 걸어 찾아가도록 소송 주도권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돌보던 가족이 더 아파하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