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핵은 다시 항문 안에 생기는 ‘내치핵’과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통증 없이 피가 나거나 배변 시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항문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외치핵은 급성으로 혈류가 고여 혈전이 생기면 내치핵에 비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항문 주위에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질 수 있고 터지면 피가 난다. 두 유형의 치핵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겨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의 약 40%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된 경우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는 경우가 있다”며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나오는 형태가 흔하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8년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치핵 수술은 17만9073건으로 33개 주요 수술 중 백내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치핵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소인과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 장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습관, 변비, 음주, 설사 등도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골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겨라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독서 등으로 좌식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혈액이 항문으로 심하게 쏠려 치핵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법으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피부 늘어짐으로 인해 불편하거나 제거를 원하는 경우 시행된다.
치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리터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독서나 휴대폰 사용을 금해야 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는 약물의 복용은 피하고, 증상 발생 시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시행한다.
간혹 치핵을 포함한 치질이 오래되면 대장암 등 항문암으로 발전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치루의 경우 항문암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이겨라 교수는 “치질과 항문암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은 항문 출혈인데,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나 검진을 통해 치질의 악화를 예방하고 조기에 암을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