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과도한 규제와 처벌 위주의 방위사업 제도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방위사업청은 각종 제재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방산업계는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방위산업체에게 부정당업자 제재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일반기업과 달리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에 부정당업자 제재에 따른 정부 입찰 참여제한은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이에 따른 중복 제재도 10개에 달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까지 내몰린다.
실제로 부정당업자 제재시에는 △입찰참가 자격 제한 △착·중도금 지급 제한 △경영노력 보상 이윤 차감 △인증취소 △적격심사 입찰감점 △제안서 평가감점 △절충교역 참여업체 선정시 감점 △방산물자 업체 지정 취소 △부당이득금 및 가산금 환수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
| 지난 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서 S&T중공업이 레이저와 GPS를 활용한 디지털 가늠자가 부착된 신형 81mm 박격포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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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방사청은 최근 제도 개선을 통해 협력업체 잘못이나 방위사업 이외의 사유로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을 경우에는 착·중도금을 정상 지급하기로 했다. 또 총원가의 2%에 달하는 경영노력 보상 이윤 차감제와 총원가의 1% 이윤을 차지하는 인증취소 제도도 폐지했다. 적격심사 입찰감점과 절충교역 참여업체 선정시 감점 규모도 기준을 완화한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 개선의 수혜자인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무기체계 개발 업체의 경우 착수금 및 중도금 지급이 중단될 경우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지출할 수 없어 사실상 손을 놓게 돼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당국이 감사 회피 목적 등으로 일단 제재부터 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따른 업무 지장과 소송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방사청의 부정당 업체 제재건수는 530여건이었다”며 “대부분이 연구개발 실패 등 업체가 의도하지 않은 불가피한 사안이었지만 정부는 아니면 말고식 제재부터 가해 업체는 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토로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업체와 방사청 간 소송 및 중재는 186건으로 방사청 소송 패소율은 55%나 됐다. 이에 따른 지불 배상금도 2745억원에 이른다.
| 지난 해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에서 LIG넥스원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에 장착될 장거리 공대지 유도무기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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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업계는 방위사업 규제가 방산 선진국 처럼 업체 자구 노력을 유인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산 비리는 국가안보와 국고에 손실을 끼치는 중대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 다만 제재 강화와 비례해 부정당 업자 제재 처분을 하더라도 업체의 내부 시스템 개선과 재발 방지 노력 입증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제재를 완화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입찰참가 제한 대신 행정협약을 통해 문제 임직원 인사 조치나 준법 시스템 강화 등 자구 노력을 검증해 제재를 감면한다. 유럽연합(EU) 역시 업체 자구 노력으로 정부 사업의 계약 이행 능력을 증명하면 제재를 면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과 업체 간 충분한 협의와 조정 절차가 선행되면 불필요한 소송·중재로 인한 행정적·재정적 소모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