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스의 승리’된 선거법 개정… 위기의 심상정

교섭단체 노리던 정의당 6개월 만에 지지율 나락
선거법 개정 밀어붙이던 沈, 위성정당 난립 책임론
‘조국’부터 꼬인 스텝… 지역구 선거전도 어렵다
  • 등록 2020-03-30 오전 6:00:00

    수정 2020-03-30 오전 6:00:00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코로나19 민생지원 및 일자리 지키기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지난해 10월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반 년 남은 4·15총선에서의 승리를 기대하며 창당 7주년을 자축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새 선거법이 통과한다면 숙원인 진보정당 최초의 교섭단체 구성(20석)도 기대해봄 직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밀어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무기 삼아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독촉했다. 꼬리(정의당)가 몸통(민주당)을 흔든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쯤이다.약 반년 만에 모든 게 변했다. 21대 총선 D-16일을 앞두고 정의당에 위기감이 돈다. 선거법 강행 처리는 결국 ‘피로스의 승리’(패전이나 다름 없는 의미없는 승리)가 됐다.

당 지지율 끝없는 추락… 조국사태 교훈없이 또 도덕성 논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통과로 교섭단체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은 참담하게 무너졌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그리고 미래통합당 등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이 난립하면서 지지도는 3.7%까지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3월 셋째 주(지난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다. 노회찬 전 의원이 별세한 뒤인 2018년 8월 첫 주 14.3%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11.6%포인트 떨어졌다.

심 대표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전략적 투표를 기대했으나 희망사항에 그칠 전망이다. 더 밀렸다간 비례대표 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 봉쇄조항(3%)을 넘어서는 것도 장담하기 어렵다.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류호정 후보가 논란에 휘말린 것도 뼈아프다. 20대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청년층을 잡겠다는 것이었는데 대리게임 경력 논란에 빠졌다. 정의당의 지지율이 반대곡선을 그린 것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정의당이 애매한 입장을 보였던 탓이라는 분석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도덕성 논란을 겪는 후보를 내세워 비난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류 후보에 재신임 결정을 내렸다. 류 후보 역시 논란을 일축하며 자진사퇴 없이 “흔들리지 않고 국회의원이 돼 노동자를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존재감 잃은 심상정… 위성정당 난립에 책임론

패스트트랙 정국을 호령했던 심 대표의 존재감이 선거가 다가오면서 힘을 잃고 있다. 선거법 처리 당시 미적대는 민주당에 호통치고 반대하는 한국당을 쏘아붙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진보와 보수의 진영싸움이 짙어져 정의당의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는데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방도가 없다.

심 대표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따른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전 국민에 100만원 재난기본소득 지원과 해고 없는 기업 지원 원칙 확립 등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해일이 경제를 삼키기 전에 정부가 민생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방파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집권여당이 총선홍보 전략을 발표해 취재진이 빠진 탓도 있으나 심 대표의 기자회견 후 백브리핑에는 열 명 남짓한 취재진만 모였다.

애초 심 대표는 이날 21대 총선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급하게 30일로 미루는 등 혼선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복잡한 내부사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성정당이 난립하게 된 일차적 책임을 심 대표와 정의당에 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의당은 지난달 24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무효화 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실효가 없었다. 야외투쟁까지 벌여가며 추진한 선거법 개정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정의당, 지역구 당선도 장담 못해

지역구 선거도 악전고투가 예상된다. 정의당이 낸 77명의 후보 중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 당선을 확신할 수 없는 건 심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중부일보가 아이소프트뱅크에 의뢰해 지난 8일 경기 고양갑 주민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심 대표는 26.3%의 지지율로 이경환 미래통합당 후보 33.5%, 문명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26.5%에 밀린다.

경남 창원시성산구에 출마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민주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성사 가능성은 낮다. 애초에 야당간 후보 단일화가 아닌 ‘여야단일화’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데다 민주당 반응도 미지근하다. 위성정당 대립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결과에 따라 심 대표의 당내입지도 흔들릴 것이라 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전략적으로 정의당에 정당투표를 해오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에 투표하기로 한 듯하다”고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짚었다. 신 교수는 “조국 전 장관 논란 때부터 꼬이던 정의당과 심 대표의 스텝이 선거법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도덕과 명분이라는 진보진영의 가치를 다 잃은 셈인데 함께 당의 중심을 잡아주던 노회찬 전 대표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왔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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