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 금융위기 이후 노동비용↑·노동생산성↓

한경연, ‘제조업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국제비교’ 조사 결과 발표
금융위기 전후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 7.0%→2.8%로 급락
단위노동비용도 연 0.8%→2.2%로 급상승…中·印 다음으로 빨라
한경연 “경제이슈 논의시 생산성 및 경쟁력 논의 부족”
  • 등록 2019-02-24 오전 11:00:00

    수정 2019-02-24 오전 11:00:00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의 노동비용이 증가하면서 노동생산성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미국의 컨퍼런스보드 자료를 이용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조업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국제비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41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2~2009년에는 3.4%, 2010~2017년은 3.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02~2009년에는 7.0%로 5위를 기록했지만 2010년 이후 빠르게 둔화하면서 연 2.8%로 28위로 순위가 급격히 내려갔다. 한경연은 “일본(4.1%), 독일(4.0%)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로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상승세가 다른 나라보다 급격히 둔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이처럼 노동생산성이 악화한 것은 노동비용의 증가라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41개국의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2002년~2009년 연평균 6.0% 늘었지만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7년은 1.7% 감소했다. 세계 제조업 경쟁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단위노동비용’이란 제품을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으로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제조업 경쟁력 측정지표로 활용한다.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면 적은 노동비용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간다.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반면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2002년~2009년 연 0.8% 증가로 낮았지만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2010~2017년 연 2.2% 증가했다. 한경연은 “금융위기 이후 단위노동비용이 한국 보다 빨리 증가한 나라는 중국, 인도뿐”이라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며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동아시아 주요 제조 경쟁국에 비해 퇴보했다.

2009년 대비 2017년 1인당 노동생산성은 중국이 93.1%, 싱가포르 71.7%, 대만 38.7%, 일본 38.1% 증가해 한국(24.4%)을 크게 앞질렀다.

같은 기간 단위노동비용은 중국 39.1%, 한국 19.3%, 대만 1.5%, 싱가포르 -16.0%, 일본 -33.4%를 기록, 중국과 한국은 단위노동비용이 대폭 상승한 반면 일본·싱가포르 등은 크게 낮아져 중국을 제외하면 비교국과 한국 간 제조업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우리경제 선도산업인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세가 꺾이고 단위노동비용이 늘어나면서 국제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국내에서 유연근로시간제 개편, 최저임금 인상 등 중요한 경제이슈를 다룰 때 생산성과 경쟁력 논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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