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그림을 보는 순간은 여행과 닮았다. 난생처음 찾은 곳을 탐험하듯 그림의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때로는 형태를, 때로는 감성이나 정신을 발견한다.” 20년 넘게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저자에게 그림이란 여행의 이음동의어에 가깝다.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유지가 미술관인 이유도 다르지 않다.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루브르박물관뿐만 아니라 파리서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 대합실, 열 명쯤 들어가면 꽉 차는 섬마을의 작은 목욕탕, 아프리카 나미브사막의 주유소 등 떠돌아다닌 길 위의 모든 곳이 미술관이란다.
책은 저자가 여행가방에 고이 담아온 수많은 예술작품의 기억을 하나씩 꺼내 올리는 식이다. 여러 나라의 미술관과 길 위에서 만난 여행 같은 그림을 모았다. 저자는 작품에 자신을 온전히 투사하는 물아일체 감상법을 알려준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본 고흐의 ‘낡은 구두’를 통해서는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는지를 배웠고, 런던 데이트모던미술관에서 만난 잿빛 얼굴의 여인에게선 방랑의 비애를 보았다고 했다.
다만 정답은 없단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관은 여행자라는 관람객에 따라 무한히 확장하는 법. 길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맞닥뜨리느냐에 따라 그림에 대한 기억은 달라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행 중 만난 인연과 여행지 속 마주한 사진들이 이야기 속 그림과 교차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