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강은희 여가부장관 “슈퍼맘 보다 육아대디가 필요”

아이 돌보는 아빠 늘어야 ‘일·가정 양립’ 가능
알 가정 양립 사각지대 중소기업 적극 지원
"안정된 직장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도전하려는 노력 필요"
  • 등록 2016-11-07 오전 6:30:00

    수정 2016-11-07 오전 6:30:00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슈퍼맘’이 아니라 ‘육아대디’입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취임 후 ‘육아대디 전도사’를 자처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바탕으로 여성을 사회로 이끌고,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자신의 일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 단절이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강 장관이 다양한 장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육아대디’다. 단순히 여성의 육아를 돕는 남성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주양육자로 아이를 전담해 키우는 남성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애보는 아빠 늘어야 ‘일·가정 양립’ 가능

강 장관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성공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려면 남편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필수”라며 “무엇보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통해 짧은 시간이라도 육아에 전념하는 경험을 해야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직기간 중 임금부족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정부는 한 자녀에 대한 가정의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 대해 첫 3개월 통상임금의 100% 지급하는 ‘아빠의 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전체의 7.4%에 불과하다. 2012년 2.8%에 비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강 장관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남성육아휴직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강 장관은 강연, 포럼, 세미나 등을 통해 기업 경영진과 만나는 자리를 늘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기업내 인식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강 장관은 “리더의 생각이 바뀌어야 남성의 육아 휴직이 확대될 수 있는데 아직 리더들이 대부분이 남성이라 교육이 더 절실하다”며 “더 많은 강연을 하고 현장에 나가 기업 리더들에게 남성의 육아 휴직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려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기업을 경영했던 강 장관은 남성 육아 휴직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특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강 장관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에 대체 인력풀을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자고 건의했다”며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고용을 늘리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관계부처들과 적극 협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중소기업 적극 지원

강 장관은 여성의 경력단절이 많고 남성 육아휴직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를 정착하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에 동참하는 중소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은 올해 전년대비 58%가 늘었다. 새로 가족친화경영인증을 받은 기업 90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강 장관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가족친화경영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기업이 실천의지만 있다면 손실을 줄이면서 육아휴직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취임 2년째인 내년에는 가족친화경영 인증 기업을 600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강 장관은 “일하는 프로세스를 바꿔주면 야근 없이 정상근무만으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 경우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유연 근무제 등으로 여성과 남성이 모두 가족과 지낼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아이를 키우며 기업을 경영했던 ‘워킹맘’으로서, 여성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고, 육아 후 다시 사회에 돌아오는 여성이 늘어나려면 제도와 환경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성의 적극적인 의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 장관은 기존의 틀에 안착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 만의 일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장관은 “적지 않은 여성들이 기존의 안정된 직업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지구상의 직업이 100만개가 넘는다는데 우리나라 직업의 수는 2만개 이하”라며 “여성의 창의성이나 섬세함 등 특징을 활용한 새로운 일을 만들어 보려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출산과 양육을 앞둔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강 장관은 “한 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복귀할 때 눈높이에 맞는 직종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일과 가정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방안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희 장관은

교사에서 사업가로,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물리학자를 꿈꾸며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사업에 뛰어들어 소방전화 교환시스템을 만드는 위니텍을 설립, IT사업을 하던 정치권과 인연을 맺고 2012년 정계에 뛰어들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누구보다 워킹맘에 대한 애정이 커 일·가정 양립 정책에 열정을 쏟고 있다.

▲1964년 대구 출생 ▲경북대 물리교육과ㆍ계명대 컴퓨터공학 석사 ▲1987~1992년 봉화 소천중·고교, 동명중 교사 ▲1997∼2012년 위니텍 대표이사 ▲2009~2012년 (사)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 ▲2012~2016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2016년 1월~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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