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개발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던 항생제 팩티브도 김 대표가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LG생명과학이 분리되면서 그동안 연구하던 신약개발이 중단되자 김 대표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06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창업했다. 이후 김 대표는 레고켐바이오를 세계적인 수준의 ADC(항체-약물 접합)기술력을 갖춘 강소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냈다. ADC 기술은 말 그대로 항체에 약물을 매달아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술이다.
|
|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가 계속 자라는 게 암이다. 화학 항암제는 암을 없애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표적 항암제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 더이상 기능을 못하게 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가 적은 경우 약을 쓸 수 없다.
유방암 표적 항암제인 허셉틴의 경우 HER-2 유전자가 많아야 효과를 보는데 허셉틴이 듣는 유방암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사들마다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항암제를 항체에 붙여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유다. 이 방법은 돌연변이 유전자의 양이 많지 않아도 암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유하자면 맨 몸으로 싸우는 백병전에서 허리춤에 핵탄두 하나를 차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약물을 안정적으로 매다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14일 정도는 항체와 약이 안정적으로 결합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주 대표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항체를 변형시켜 약물을 매다는 방법을 연구할 때 레고켐바이오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항체의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약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항체의 특정 부위에만 약을 매달 수 있어 약효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초기 투자했던 밴처캐피탈 상장 후에도 투자 지속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들은 투자한 회사의 ‘상장’이 최종 목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같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은 레고켐바이오가 상장한 2013년 이후에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레고켐바이오에 약 2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는 조 단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는 “창업자가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투자자들이 감명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장으로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속속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푸싱제약에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ADC 기술을 200억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푸싱제약은 이미 똑같은 ‘허셉틴-ADC 기술’을 개발 중인 엠브렉스라는 미국 회사를 인수한 상태였는데도 동물실험만 끝난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을 사간 것이다. 김우식 레고켐바이오 IR 팀장은 “그만큼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 앞서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물질이전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를 연구하는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췌장암 관련 유전자인 메소셀린에 약을 붙이는 연구는 녹십자와 공동으로 하고 있다. 김용주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하겠다는 것은 신약연구에 있어서는 불가능하다”며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항체를 잘 아는 회사와의 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