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때의 ‘포프모빌(교황의 차)’로 1000만원대 소형 다목적차(MPV) 쏘울을 선택했다. 무난한 뉴포트 블루 색이었다. 번호판에는 바티칸시국 (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을 의미하는 ‘SCV1’이 쓰여 있었다.
검소한 생활을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소형차를 탔다. 바티칸에서는 역시 준중형 세단인 포드 포커스를, 브라질 방문 때도 쏘울과 동급인 이탈리아 피아트의 아이디어 현지 생산모델을 탔다. 카톨릭 신자인 한 기아차 직원은 “소박한 성품에 감동 받았다. 더욱이 내한 땐 우리의 차를 탄다고 하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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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이번 방한 때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고 밝혔다. 대형 방탄차를 준비하겠다는 정부에 대한 답이다. 교황은 앞서서도 “좋은 차를 타고 싶은 이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지 떠올려주기 바란다”고 말했었다.
정부와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교황의 뜻을 반영해 차량 후보 목록을 보냈고, 교황청은 쏘울을 선택했다. 타고 내리기 편하다는 걸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방탄 처리 등 특별한 개조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의전차량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쏘울은 교황청이 외교부가 보낸 후보 중에 선택한 것이고, 싼타페와 카니발은 방준위가 현대·기아차에 개조를 의뢰했다. 방준위는 이들 차량 외에도 에쿠스와 버스 등 30여대의 차량을 방준위 측에 지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교황 차량으로 선정 과정은 우리도 알 수 없고,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보안 문제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홍보 효과’ 보도에 “홍보계획 없다”
기아차는 조심스러워 했다. 의도치 않게 교황 내한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교황의 방문을 홍보와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와 관련해 어떤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케팅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쏘울의 주력 시장인 기독교권 국가인 미국이기 때문이다. 쏘울은 연간 16만~18만대가 판매되는데 이 중 70%는 미국에서 판매된다. 가톨릭권 국가가 많은 남유럽과 남미 그리고 국내에서의 판매량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국내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교황은 탈권위, 검소함이란 메시지를 던졌는데 마케팅 효과를 말하는 건 아이러니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아차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는 반길 수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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