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그가 쏘울 탄 날.. 기아차엔 노사갈등도 갑을관계도 없었다

내한 프란치스코 교황 생중계 지켜봐.. "영광스럽다"
홍보 일체 안해.. 경쟁적 ‘홍보효과' 보도에 아쉬움도
  • 등록 2014-08-15 오전 11:00:00

    수정 2014-08-15 오후 4:38:09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14일 오전 10시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성남공항에 내려 쏘울을 타는 순간 기아자동차(000270)의 전국 사업장은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임직원은 TV중계를 지켜보며 감개무량해했다. 같은 시각,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을 앞둔 노조 대의원도, 광주에 있는 기아차의 2차 협력사 임직원도 TV를 지켜봤다. 이 순간만큼은 노사갈등도 대기업과 협력사의 갑을 관계도 없었다.

프랑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 때의 ‘포프모빌(교황의 차)’로 1000만원대 소형 다목적차(MPV) 쏘울을 선택했다. 무난한 뉴포트 블루 색이었다. 번호판에는 바티칸시국 (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을 의미하는 ‘SCV1’이 쓰여 있었다.

검소한 생활을 강조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소형차를 탔다. 바티칸에서는 역시 준중형 세단인 포드 포커스를, 브라질 방문 때도 쏘울과 동급인 이탈리아 피아트의 아이디어 현지 생산모델을 탔다. 카톨릭 신자인 한 기아차 직원은 “소박한 성품에 감동 받았다. 더욱이 내한 땐 우리의 차를 탄다고 하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량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만드는 가장 작은 차 타고 싶다”

교황은 이번 방한 때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고 밝혔다. 대형 방탄차를 준비하겠다는 정부에 대한 답이다. 교황은 앞서서도 “좋은 차를 타고 싶은 이들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지 떠올려주기 바란다”고 말했었다.

정부와 교황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교황의 뜻을 반영해 차량 후보 목록을 보냈고, 교황청은 쏘울을 선택했다. 타고 내리기 편하다는 걸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방탄 처리 등 특별한 개조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방한 기간 참여 행사의 성격에 맞춰 천장이 열리도록 개조한 현대차(005380)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와 MPV 기아차 카니발도 번갈아 탈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의전차량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쏘울은 교황청이 외교부가 보낸 후보 중에 선택한 것이고, 싼타페와 카니발은 방준위가 현대·기아차에 개조를 의뢰했다. 방준위는 이들 차량 외에도 에쿠스와 버스 등 30여대의 차량을 방준위 측에 지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교황 차량으로 선정 과정은 우리도 알 수 없고,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보안 문제상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적인 ‘홍보 효과’ 보도에 “홍보계획 없다”

기아차 안팎에선 언론사의 경쟁적인 홍보 효과 보도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요 언론사 대부분은 이날 ‘막대한 간접 홍보 효과’, ‘기아차가 쾌재를 불렀다’며 이후의 판매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블룸버그 등 일부 국외 통신사도 한국발로 이 소식을 전했다.

기아차는 조심스러워 했다. 의도치 않게 교황 내한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교황의 방문을 홍보와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와 관련해 어떤 마케팅 활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케팅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 쏘울의 주력 시장인 기독교권 국가인 미국이기 때문이다. 쏘울은 연간 16만~18만대가 판매되는데 이 중 70%는 미국에서 판매된다. 가톨릭권 국가가 많은 남유럽과 남미 그리고 국내에서의 판매량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 국내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교황은 탈권위, 검소함이란 메시지를 던졌는데 마케팅 효과를 말하는 건 아이러니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아차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는 반길 수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들어서고 있다. 교황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교황이 탄 차가 지나가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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