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보면 바닥" vs "경기 보면 아직" 갑론을박

수도권 부동산시장 '바닥론' 놓고 논쟁
준공후 미분양 감소 등 수치봤을땐 회복기미
유럽경제 위기 등 대외변수 고려땐 시기상조
  • 등록 2012-06-22 오전 8:43:35

    수정 2012-06-22 오전 8:43:35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2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박종오 기자] “수도권 집값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정 과정을 거쳤다. 거의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봐도 좋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수도권 악성 미분양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대부분 대형만 남아 더이상 소진되기 어렵다. 바닥론은 시기상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최근 수도권 시장이 `바닥이냐 아니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일부 부동산 지표들이 호전 양상을 보이면서 줄곧 내리막을 걷던 수도권 집값이 이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서는 국내외 경기 등을 고려할 때 아직 바닥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미분양↓ 거래↑…“시장 회복 조건 갖췄다”

김찬호 연구위원은 “수도권은 2007년부터 조정국면에 진입해 현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 회복 조건은 갖춰졌다”라고 분석해 바닥론에 힘을 보탰다. 실제 서울은 2007년부터 상승률이 둔화, 2008년 7월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꾸준히 떨어져 최근 3년 동안 아파트값이 평균 7.03% 하락했다.   지방은 2004년 공급과잉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해 2010년 이후 회복세로 전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수도권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최근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지표들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미분양은 전월보다 소폭 늘어나 5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으나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 주택거래 역시 지난달 증가세를 멈추긴 했으나 연초부터 꾸준히 증가해 회복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지표를 종합할 때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 대내외 경기 등을 고려할 때 상승세 흐름을 타기 보단 집값이 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대체적으로 안정화 양상을 보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급격한 붕괴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태환 국토연구원은 “올 들어 부동산 소비심리의 지수가 100 이상을 웃돌면서 미세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역시 “최근 집값 기대심리가 약해지면서 거래가 줄긴 했지만 집값은 안정화된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물경제 여전히 안 좋아…“수도권 바닥론 이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관망세가 여전히 짙은 데다, 최근 다시 불거진 유럽 경제 위기 등 빨간불이 켜진 실물경제는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부동산 지표를 보고 시장을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위원은 “미분양 숫자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 양적개선보다 질적개선이 더 필요하다”며 “수도권 악성 미분양 대부분이 대형이라 더이상 소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분양 감소는 건설사의 할인분양 등 자구노력에 따른 것인 만큼 바로 주택 구매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분석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준공 후 미분양이 해소될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다. 이는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펀드들이 작용한 것”이라며 수도권 시장 바닥론을 경계했다.

유럽 경제 위기,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변수를 고려할 때 주택시장 침체양상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글로벌 경제위기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거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상승세를 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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