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바닥 터널 뚫고, 체인으로 묶어 올린다

체인으로 함체 묶기까지
고압 물대포로 펄 파내고 밧줄 넣어 구멍 넓힌 후 90㎜ 체인 밀어넣어
배 무게중심 잡는게 관건… 기상 상태가 좋아야 하루 4시간 잠수 작업
  • 등록 2010-04-05 오전 9:16:00

    수정 2010-04-05 오전 9:16:00

[조선일보 제공] 군 당국은 구조·수색작업을 중단해달라는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천안함 선체 인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천안함 함미와 함수를 동시에 인양할 계획이다. 인양작업은 민간 업체에 맡기게 된다. 함미는 88수중개발 컨소시엄, 함수는 해양개발공사에서 작업을 한다.

인양작업은 1 작업 크레인에서 4개의 닻을 내려 고정한 뒤 수중 탐색을 하고 2 함체에 체인(쇠줄)을 묶어 크레인에 연결한 뒤 3 물 위로 끌어올려 함체 내 물을 빼고 4 함체를 바지선에 올려 실종자를 수색한 다음 5 평택항으로 옮기는 5단계로 진행한다. 국방부는 4일 오후 함미 인양을 위해 해상 크레인 닻을 내리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최대한 빨리 작업을 진행해 10일 안에 마치겠다는 계획을 잡았으나 해군 관계자는 "2주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해난구조대(SSU)와 특수전여단(UDT) 요원들은 침몰지역 주변에서 실종자 탐색을 하는 동시에 함체 인양작업 중 외부로 휩쓸려 나올 수 있는 함체 내 각종 부유물을 수거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함체에 체인 묶어 끌어올려

함체를 인양하려면 먼저 수중 지형을 탐색해 함체의 무게중심을 찾고, 균형을 맞춰 배를 반듯하게 인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워터제트(높은 수압으로 쏘는 일종의 물대포)로 바닥을 파내 터널을 뚫고, 90㎜ 굵기 체인을 함체 밑으로 넣어 함체를 감싸고, 와이어를 연결한 뒤 수면 위 크레인에 묶어 끌어올려야 한다.

함수와 함미에는 90㎜ 굵기에 50m짜리 체인 4~8가닥, 와이어는 70㎜ 굵기에 30m 길이 16가닥을 투입한다. 체인 1가닥의 무게는 7t에 달한다.

이 과정을 각 업체에 소속된 심해잠수사 20여명이 맡는다. 이 잠수사들은 해군해난구조대 출신 등 심해잠수 국가 공인자격증을 갖춘 베테랑들이라고 업체측은 전했다.

이 모든 과정이 순탄하면 작업시간을 다 합쳐 15~20시간에 끝낼 수 있겠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게 업체의 예상이다. 88수중개발 이청관 전무는 "날씨가 좋아 하루 4시간을 작업할 수 있다면 5일 정도면 인양작업을 마칠 수 있지만, 기상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몇달이 소요될지 모른다"며 "빠른 조류와 높은 파도, 낮은 수온과 불량한 시계(視界) 등이 작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양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양 계획 수립에 참여한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이 침몰한 곳은 바닥이 단단하고 가는 모래로 덮여 있어 배 밑에 터널을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침몰한 배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케이블이나 장애물에 체인이 걸릴 위험성이 높아 체인 연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폭발로 두 동강이 난 천안함 함미는 내구성이 많이 떨어져 무게중심을 잡기도 어렵고, 체인으로 감아서 올리다가 자칫 배가 부서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름 유출·무기 유실에 촉각

군 당국은 천안함을 인양하는 과정에서 탑재돼 있는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바다가 오염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천안함에는 7개 탱크에 연료 13만6000L가 담겨 있다.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새지 않도록 함체 주위를 빙 두르는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방제선을 배치할 계획이다.

현재 외부 갑판에 있는 유도탄과 어뢰·폭뢰 등은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군은 보고 있다. 이 무기들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기뢰탐색함 소나 탐지기와 한국해양연구원 이어도호가 갖고 있는 고성능 사이드스캔 소나를 이용, 함체와 잔해물을 3차원 해저 영상으로 촬영해 미리 수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함체를 인양하고 배수하는 과정에서 실종자들이 다치거나 인체가 훼손·유실될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함정 주위에 그물을 치고 작업을 하게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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