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언급한지 10여일 만이다.
대책의 골자는 수도권 내 그린벨트를 풀어 가격이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 연간 8만가구씩 총 32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저렴한 주택을 수도권에 대거 공급하면 장기적으로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안정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주택 문제는 수요·공급이란 시장 원리로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정부의 이번 발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발표 못지않게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장기적으로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셋값 불안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강남 세곡·서초 우면 보금자리 분양주택을 3.3㎡당 1150만원에 분양한다고 공언했다. 강남 집값이 3.3㎡당 2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사실상 반값아파트가 공급되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는 무주택 신혼부부 및 사회 초년병에게 물량의 20%를 우선 공급하는 특혜도 부여했다. 집을 사려던 무주택 신혼부부 및 사회 초년병들이 마음을 돌려 보금자리주택을 분양 받을 때까지 전세로 눌러 앉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자체들의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반발도 고민거리다. 경기도는 국토해양부가 27일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의 조기 및 확대 공급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국토부가 보금자리주택 대부분이 건설되는 경기도와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보금자리주택에 반발하는 이면에는 임대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보금자리주택 건립을 위해선 서울시·경기도 등의 협조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사이에 갈등이 계속될 경우 보금자리주택 건립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2012년 32만 가구 공급이란 정부의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해 진다.
정부가 공급 목표 달성에만 급급해 수요가 없는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경우 수요자들이 외면해 자칫 슬럼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당장 시세의 반값에 공급해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지역에도 수요가 몰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훼손과 난개발이 불러 올 사회적 갈등 역시 예고된 후폭풍이다. 정부는 보존가치가 없는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민 주거단지를 만들면 일석이조라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정부 주장에 일리가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창고·비닐하우스 등으로 이미 마구잡이 개발이 진행된 그린벨트를 굳이 보존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키로 한 보금자리주택이 대규모라는 점에서 그린벨트 훼손과 난개발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서 총 32만 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판교(2만9263가구)와 같은 신도시가 수도권에만 10개 이상이 건설되는 셈이다. 사실상 수도권 전체가 아파트 공사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사업 추진과정에서 불거질 시민단체, 환경단체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