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구제금융 규모가 7000억달러에 달해, 벼랑 끝까지 몰린 월가가 기사회생하는 계기를 잡았다는 기대감이 나올만 하다. 다만, 월가 위기를 촉발한 美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여전 지속되고 있어,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의 추세반전 기대감 만큼은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구제금융법안 협상 타결 소식을 타전했다. 협상안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자금 분배를 비롯해,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위한 `황금낙하산` 제한, 재무부 산하에 감독 위원회 설립 등의 내용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지난주 0.3% 하락한 113.77에 마감했다. 지난 22일 이후 미국 정부의 은행 자산 매입, 호주와 대만의 공매도 금지 등으로 인해 2.6% 상승했지만,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점점 지연되는 모습을 보이자 내림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구제금융법안 협상이 타결되는 등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어 아시아 증시는 무거운 짐을 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하락 마감했던 일본, 홍콩, 대만 등의 증시는 가뿐한 마음으로 한 주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주 국경절 연휴로 내주 6일 개장하는 중국 증시도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함께 겹호재로 반응할 수 있다.
◇ 일본, 증시 부담 덜어..상승 탄력 예상
미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일본 증시는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법안 합의에 환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증시는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골드만삭스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24일까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구제금융법안이 지연되면서 약세를 나타냈다. 닛케이 225 지수는 지난 26일 0.94% 하락한 1만1893.16을 기록했다.
마사요시 오카모토 주지야 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 주식시장은 최근 2주간 미국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츠요시 시미주 미즈호 애셋 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의 경우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 실행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일본 증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던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은 증시 상승 탄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업종별 주가 흐름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일본 증시에서 금융주는 인수합병(M&A) 호재로 오름세를 보였으나, 해운주는 중국의 수요 둔화 우려가 점쳐지며 급락, 지수 발목을 잡았다.
미쓰미시 UFJ 파이낸셜이 모간스탠리의 지분 20%를 인수하고, 노무라는 리먼브러더스의 각국 사업 부문을 사들인다고 밝히면서 금융주는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벌크 선박의 운임료 수준을 보여주는 BDI지수(발틱운임지수)는 지난 25일 중국 기업들의 철강 수요 둔화로 198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해운주에 악영향을 미치고있다.
◇ 중국, 불확실성 해소에 안도 전망..증시 부양책이 `관건`
중국 증시는 통상적으로 미국 증시보다 국내 재료에 등락이 좌우되는만큼 이번 호재를 주요 상승 촉매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중국 증시는 최근 정부의 부양책으로 랠리를 연출해왔고, 이번 주엔 국경절 연휴로 1주일간 휴장할 예정이어서, 구제금융법안 합의가 즉각적으로 증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거풀 걷혀졌다는 데에서 안도감을 찾을 전망이며, 정부의 추가적인 증시 부양책이 오름세를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800선까지 밀린후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단숨에 23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지난 주 종가는 소폭 밀린 2293.78을 기록했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 전체적으론 10.54%나 급등했다. 본격적인 증시 부양책이 제시되기 직전으로, 22개월래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18일 이후로는 무려 21%나 폭등했다. 이에 따라 1800선에서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 안팍 증시에서 갑작스레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국 증시는 연휴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션인왕궈증권의 구이하오밍 주식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는 "국경절 기간 동안 미국 증시에서 뜻밖의 악재가 터지지 않는다면 연휴 이후에도 중국 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끊임없이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추가적인 상승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6일 원자바오 총리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의 적절한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발언을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증시를 부양할 것이라는 의지로 해석하고 잇다.
최근 로이터가 집계한 월간 통계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 홍콩·대만, 금융주 안정 기대
중국 본토보다 미국 증시 영향에 크게 노출된 홍콩과 대만 증시는 화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 위기 불안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금융주가 안정을 찾으며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홍콩에선 미국의 리먼 사태이후 금융회사에 대한 부실 우려로, 고객들이 예금을 앞다퉈 인출하는 소위 `뱅크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홍콩증시에선 금융주가 크게 요동쳤다. 지난 26일 항셍 지수는 1.33% 하락한 1만8682.09를 기록했다.
특히 뱅크런이 발생한 홍콩 3위 은행인 동아시아은행의 주가는 지난 25일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며 11% 넘게 하락했다. 다행히 동아시아은행과 금융감독당국이 나서 재무건정성에 대해 문제없다고 밝히면서, 급락세는 일단락됐다.
대만 증시는 정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고, 금융주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익성 악화가 전망되며 크게 하락했다.
지난 25일 대만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3.5%로 12.5bps 인하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가권지수는 2.16% 하락한 5929.63에 장을 마쳤다. 대만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케세이파이낸셜 등이 급락했다.
홍콩과 대만에서 금융주에 대한 불안감이 미국 금융시장에 근원을 두고 있는 만큼, 이번 미국 구제금융법안의 합의는 금융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투자심리에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