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우려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에 대한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도 국내 판로 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대규모 쇠고기 수입을 꺼리고 있다.
◆ 쇠고기 수입업체, 우선은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
수입업체들은 갈비(Short Rib)와 목심(Chuck Roll neck-off)이 미국산 수입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미국산 판매를 꺼리고 있어 대량 수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업체 하이푸드 박봉수 대표는 "수입 초기인 만큼 내장·꼬리 등 논란이 될 수 있는 부위는 최대한 줄이고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LA갈비를 일단 들여올 것"이라며 "당장은 대형마트나 레스토랑 등에서 미국산을 팔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미국산 쇠고기 시식 행사를 자주 열어 소비자 신뢰 회복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처음엔 일단 일부 도매상을 통해 소형 식당에 파는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입업자들은 국민들의 불안을 감안, 24개월 미만의 고급육 위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수입업체인 아이유푸드 관계자는 "수입업체들이 대부분 30개월 미만, 24~25개월 된 소에서 생산된 프라임, 초이스 등 고급 등급의 구이용 고기를 수입할 것"이라며 "어차피 30개월 이상 소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고급 등급이 나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 대형마트, 외식업계 서로 '눈치'
대형마트와 외식업계는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야 판매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판매 여부와 시기에 대해 검토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먼저 팔아 '쇠똥 봉변'까지 당했던 롯데마트도 비슷한 입장. 롯데마트는 작년, 농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는 매장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고, 그 결과 얻은 이익도 적지 않았다는 자체 평가다.
단체급식회사인 아워홈도 "한우와 호주산을 쓰고 있으며, 당분간은 미국산 쇠고기를 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학교 급식은 학부모 운영위원회에서 재료에 대해 일일이 다 지정을 해준다"며 "심지어 깻잎도 어디 것을 쓰라고 말해줄 정도"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일부 수입쇠고기 전문식당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금까지 쓰고 있는 호주산과 함께 앞으로 미국산을 같이 쓸 방침이다. 전국에 34개의 수입쇠고기 전문식당 '소가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행복추풍령의 김선권 사장은 "호주산은 7500원 하는 양념소갈비 1인분(180g)을 미국산은 6500원 선으로 호주산보다 10~20% 더 싸게 공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생겨난 수입쇠고기 전문 프랜차이즈는 현재 10여 개 업체에 달한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송보경 이사는 "소비자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수입업자들에게 요청을 해서라도 몇 개월이 된 미국산 쇠고기인지 월령(月齡)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