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우려보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기회 요인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과거 반도체 산업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나타났던 과점강화현상(경쟁자 축소)이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나리라는 이유에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좋으면 모든 회사가 좋아지는 자동차 산업의 현상은 사이클 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며 “이는 업체 간 일정한 점유율·경쟁력이 유지됐던 과거 자동차 산업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NH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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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연구원은 앞으로 지속 성장 가능한 글로벌 메이커가 5개사(현대차그룹·GM·토요타·테슬라·BYD)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브랜드 간 격차가 심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업황이 나빠도 좋아지는 회사가 있고, 업황이 좋아져도 어려운 회사가 있으리란 예상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며, 포드도 GM과 레벨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최근 닛산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며, 스텔란티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혼다도 모터사이클을 제외하면 닛산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게 조 연구원의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현재 온전한 Legacy는 현대차·토요타·GM 뿐”이라며 “현대차를 연결고리로 한 이들 ‘소수’ Legacy 간 글로벌 협업 확대는 앞으로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벼랑 끝 협력’인 만큼 잡은 손을 놓을 수도 없고, 아무하고 손을 잡을 수도 없다고 봤다. 내년 점진적으로 협업계획이 구체화해 발표되는 과정에서 브랜드 간 경쟁력 격차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며, 현대차는 브랜드 위상 강화와 밸류에이션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외부 환경 변화(관세·IRA 보조금 등)는 우려 요인이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외부 환경 변화로 경쟁력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가 아니다”며 “트럼프 1기 USMCA 발효 이후 현대차그룹 미국 사업을 돌아보면 되고,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왔던 현대차그룹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트럼프 2기 우려보다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의 기회(글로벌 경쟁 완화 가능성) 요인이 더 클 것으로 평가했다. 혼다·닛산·스텔란티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22%로, 이는 HEV 경쟁력이 높은 현대차·토요타의 2025년 미국 시장 영토확장 기회로 작용하리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