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경쟁력 강화위해 동종산업 인수나선 기업들

[2023 M&A 결산]③
올해 11월까지 국내 스타트업 M&A 51건
투자금 마르자 스타트업끼리 뭉치면서 몸집 불려
비슷한 사업 아이템 많아 동종 업계간 경쟁 치열
다른 스타트업 인수로 차별화된 BM 모색 중
  • 등록 2023-12-20 오전 8:35:11

    수정 2023-12-20 오전 8:35:11

[이데일리 박소영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곳간에 여유자금이 있는 스타트업들의 행보도 자본시장 플레이어들 못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동종 산업군의 기업이나 시너지가 날 만한 산업군의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투자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자가 허덕이는 자를 집어삼킨 셈이다. 업계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 스타트업 전성시대가 이어지며 비슷한 서비스가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이에 따라 매물이 많아졌다고 평가한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스타트업간 M&A 올해 51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진행한 M&A는 총 51건이다. 이 가운데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는 적잖았다. 동종 산업군, 혹은 기존 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의 스타트업을 골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특히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다수 분야에서 비슷한 회사들이 비슷한 아이템을 내놓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하나의 기업으로 시장에 나서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몇 개의 기업으로 뭉쳐 투자금을 받거나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스타트업 간 M&A는 다양한 산업에서 이뤄졌다. 우선 가장 최근인 지난달 숏폼 드라마 제작사 밤부네트워크는 변화하는 뉴미디어 환경에 맞춘 광고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종합광고대행사 먼프를 인수했다. 먼프는 청정원과 요기요, 안다르 등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밤부네트워크는 먼프의 대형 브랜드 광고 대행 노하우를 융합해 새로운 수익 방안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연간 대행 운영 광고 제작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수했더니 후속투자도 ‘수월’

동종 산업의 스타트업을 인수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후속투자를 유치한 사례도 나왔다. 지역 식자재 마트 쇼핑 앱 맘마먹자를 운영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맘마는 국내 5대 편의점 브랜드(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중 하나인 씨스페이스24 인수 작업을 지난 10월 마무리했다. 회사는 씨스페이스24를 통해 △가정간편식(HMR) △레스토랑간편식(RMR) △자체브랜드(PB) 등 다양한 상품군을 편의점에서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더맘마의 씨스페이스24 인수 작업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인수 계약을 체결했지만 시리즈C 투자 유치 실패로 인수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투자를 검토해온 푸른인베스트먼트가 극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더맘마의 씨스페이스24 인수 작업이 탄력을 받았다. 푸른인베스트먼트는 향후 더맘마에 대한 후속투자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아이디어 흡수로 BM 확장…외형 쑥쑥

인수를 통해 타겟 고객층과 사업 아이템을 확장한 기업도 있다. 심리상담 플랫폼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아토머스는 지난 4월 명상 앱 코끼리 운영사 마음수업을 인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정신과 전문의 상담과 멘탈케어 콘텐츠를 결합해 함께 제공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사업에 적용하고자 인수를 결심한 것이다.

아토머스의 마인드카페는 비대면·대면 심리상담과 정신과 진료 연계를 제공해왔다. 회사는 마음수업을 인수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명상 콘텐츠를 치료 목적으로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코끼리가 보유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마인드카페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고객사·유료 고객 대상 멘탈케어 구독 서비스로 이용한다.

기술 흡수로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만든 기업도 눈에 띈다. 로봇 자동화를 희망하는 기업을 연결해주는 등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인 마로솔은 로봇 통합운영관리 플랫폼 기업 모션밸류를 인수했다. 회사는 모션밸류의 로봇 통합운영관리 노하우와 로봇 솔루션 구현 기술을 흡수해, 그동안 추진한 기술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스타트업 간 M&A가 활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분별력이 높아진 만큼, 스타트업들의 몸값 책정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탄탄하고 차별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BM)을 내놓으려는 스타트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끼리 뭉치는 현상도 계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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