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 언론은 지금 3~4중(重) 위기를 겪고 있다.”
책은 이같은 진단에서 출발한다. 가짜뉴스의 범람과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SNS)의 득세는 ‘진짜 언론’과 ‘유사 언론’의 경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34년차 현역 언론인인 저자는 해법을 저널리스트들의 내적인 각성과 분발에서 찾는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들의 고급화와 질적 업그레이드, 이를 위한 내적인 깊은 자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인력 증원·처우 개선 같은 외부 환경 변화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책은 이른바 ‘퀄리티 저널리즘’을 몸소 보여준 9인의 언론인을 소개한다. 탐사보도 기자이자 저술가인 밥 우드워드,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인 NYT(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 전설적인 방송인 월터 크롱카이트와 바버라 월터스, 미국 언론계의 기둥인 제임스 레스턴, 정치부 기자의 대부(代父) 데이비드 브로더, 퓰리처상을 처음 받은 여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아서 옥스 펀치 설즈버거 NYT 발행인, 박권상 전 KBS 사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독가이자 노력가라는 점이다. 한 명을 인터뷰하려고 질문 수백 개를 준비하고, 전쟁터에서도 현장을 누빈 이들의 열정 뒤에는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리처드 닉슨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9명의 미국 대통령을 모두 만나 취재했는데, 이 역시 방대한 취재력 덕분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면서 21쪽짜리 메모를 건넸다. 워싱턴 고위 관리 75명을 만나 부시에 대해 들은 것 전부를 적은 메모였다. 부시는 그걸 읽은 뒤 나를 만나주었다”는 우드워드의 일화는 유명하다.
책 속 언론인들이 생애에 걸쳐 추구한 저널리즘 정신과 분투는 울림을 준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 등으로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드는 현실에서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