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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따르면, 가해자는 수감된 이후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 자신의 전 여자친구 등에 대한 보복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한다. 그의 보복을 우려한 동료 수감자 여러 명이 이러한 언동을 제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피해자는 지난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구치소 안에서 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달달 외우고 있다고 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이미 한 차례 이사까지 한 상태였지만, 그 주소까지 가해자가 알고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밝혀낸 7분, 그 대가는 ‘개인정보 유출’
2심 판결의 핵심인 ‘강간살인미수’가 인정되기까지 피해자는 생업도 포기한 채 발로 뛰어야 했다.
당시 정신을 잃은 피해자는 사라진 ‘7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야 했다. 가해자가 어떤 경위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보고 싶었지만 형사 재판에서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만 해당되기에 수사와 재판기록을 볼 수 없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의 첫 재판을 방청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모았다.
그러다가 구체적인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해야 한다는 권유를 들었다. 피해자는 1심 재판 중에 가해자에 민사소송을 걸었고 그제야 자신이 당한 사건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가도 있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 넘어간 것이다.
피해자는 선고 공판에 출석해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며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했던 검찰과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뒤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출소하면 A씨는 50살인데 저랑 나이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에게서 아무도 (저를)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 성범죄 등 특정 범죄에 한해서는 민사소송에서도 개인정보 열람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사소송법 162조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인 경우 소송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다. 채무 등 민사소송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만약 형사 사건 피해자가 가해자에 민사 소송을 걸면 자신의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앞자리 등이 가해자에 노출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일본에서는 성범죄 관련 사항에 기록 열람을 철저히 제한하고, 사생활 관련한 기록은 당사자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제3자의 주소를 자신의 주소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