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최재천 교수는 이 같은 방법을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한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로 제시했다. 사실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이 마련되고 보고서와 논문이 나오고 있지만 최 교수의 해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최 교수가 생태학자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 문제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최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새들의 삶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최 교수는 “새들은 육아와 일을 정말 반반씩 나눠 한다”며 “알을 암컷과 수컷이 함께 부화시키고 한쪽이 알을 품거나 새끼를 돌보는 동안 나머지 한쪽은 벌레를 물어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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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의 해법에 대해 인구 문제를 맡은 정부와 기관 또는 기업이 보면 ‘비현실적인 이야기’ 또는 ‘쉽지 않은 방법’이라고 고개를 흔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은 대부분 반색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당장에라도 애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젊은이들도 있다.
한편에서는 ‘생태학자가 인구 문제에 대해 무엇을 알겠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최 교수가 “한국은 급작스럽게 저출산·고령화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육아 환경을 변화시키고 노령 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저서를 쓴 것은 무려 15년 전이었다.
저서의 제목은 ‘인생을 이모작하라’로, 우리보다 빨리 저출산·고령화를 맞은 선진국이 해법을 내놓기 전에 아직 여유가 있는 우리가 먼저 해법을 찾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최 교수는 “(최근) 15년 전 책의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헌데 그때 쓴 내용을 수치만 바꿔 그대로 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우리가 인구 구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했을 뿐이다.
현재의 정책으로는 해결 불가능해…혁명적 방법까지 동원해야
무엇보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변화를 이뤄내지 않으면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번식은 기본인데 동물들은 주변 환경, 상황이 나빠지면 새끼를 낳지 않거나 덜 낳는다”며 “이를테면 먹을 게 부족하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지고, 본능적으로 번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인간 역시 동물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최 교수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낳지 않는 것”이라며 “하물며 식물도 한 해는 열매를 맺지 않는 ‘해걸이’이라는 것을 하는데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적응이 저출산”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증거가 저출산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아이 키우는 부부가 가장 월급 높아야…스스로 정년·월급 결정하는 ‘유연 정년제’ 필요
물론 아이를 낳아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기르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최 교수도 잘 알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와 교육적인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 교수는 우선 시급한 과제로 남성들의 변화와 함께 유연 정년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교수는 “이전과 다르게 현재의 젊은 남성들은 육아를 돕는 사람이 아닌, 육아의 주체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며 “남성들이 육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지원책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에서만 가능한 남성육아휴직 등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아이를 키우는데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일회성 지원금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 교수는 “부부가 가장 돈이 많이 필요한 순간은 아이를 키울 때와 은퇴 후”라며 “언제까지 일할 것인지, 돈을 언제 얼마큼 받을 것인지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한창 자랄 때는 월급도 적고 쓸 돈이 많아 허리띠를 졸라매 힘들게 살다가 월급이 올라 살만해졌을 때는 이미 아이는 장성해 집을 떠나는데, 이같은 인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아이를 기르는 부부의 월급이 가장 많아야 한다”며 “이후 노년에는 스스로 월급을 적게 받고 더 길게 일할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주는 유연 정년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