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식약처와 제약업계는 공동생동 폐지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빠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공동생동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가 불필요한 규제라며 철회권고를 내리면서 사실상 공동생동 폐지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공동생동은 제약사 수십곳이 개발비를 분담하고 1개 제약사가 대표로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을 거쳐 복제약을 개발해 허가를 받으면 참여한 제약사마다 각자 판권을 확보하는 제도다.
우선 공동생동 폐지를 주도적으로 실행해야할 주무부처인 식약처부터 규개위의 철회 권고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이 문제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규개위와 식약처의 결정을 별다른 이견없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동생동 폐지 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업계 및 관련 정부기관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국내 제약업계의 특수한 산업구조가 자리한다.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약품(128940),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등 몇개 메이저 제약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제네릭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는 제약사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몇 안되는 대형 제약사를 빼고 전체 제약업계는 이번 공동생동 폐지 철회 권고 건을 속으로 반길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약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현안 과제로 손꼽혀온 공동생동 제도의 폐지가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식약처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을 포함해서 누구 하나 제대로 된 항의를 하는 곳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공동생동 제도가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 두고두고 국내 제약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공동생동 제도를 지속하게 되면 신약개발 역량은 키우지 않으면서 제네릭으로 연명하는 중소 제약사에 대한 구조재편은 요원한 일이 된다”면서 “지금 코로나19로 제약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1년 정도 공동생동 폐지정책을 유예하더라도 반드시 실행해 산업재편을 해야만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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