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성창익(50·사법연수원 24기) 지평 변호사는 사법개혁의 현 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대법원장에 집중된 사법행정권이 법원조직법 등에 그대로 주어져 있고,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문자 그대로 자문회의 수준으로 비상설 기구라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본질적인 사법 개혁은 외부에서 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자체 동력으로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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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취임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한다`는 김명수호(號) 대법원이 출범한 지도 2년 반. 임기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사법개혁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가는 이처럼 박하다.
특히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검토할 상고제도 개선특별위원회는 올 초 겨우 첫 발을 뗐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농단의 발단이 된 상고법원 설치를 포함해 대법관 증원,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등 여러 개선안이 검토 대상이지만,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성 센터장은 “개선 필요성엔 모두 공감하지만 대법원과 사법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서로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사법수요자인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는데 대법원과 법조단체, 시민사회단체 간 방향성이 제 각각이란 얘기다.
상고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현재 대법원 구성상 물리적 한계 탓이 크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본안 사건은 4만7979건. 기존 최대치였던 전년(4만6412건)에 비해 1567건 늘어났다.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과 전원합의체 선고 사건에만 참여하는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3개 소부(小部)를 구성하는 대법관 1인당 1년에 4000건에 가까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 법조계에선 현 제도로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 이념과 가치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극소수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외하면 10초여의 시간 동안 합의가 끝나 `10초 재판`이란 말도 회자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6년 이후 심리불속행 기각률도 3년 연속 70% 이상을 기록했다. 기존 상고허가제가 폐지되고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도입된 심리불속행 제도는 형사 사건을 제외한 사건 중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더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이다. 성 변호사는 “특위를 중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연구·검토한다지만 내심 희소성은 유지해 권위를 지키면서 정책 법원으로서 위상을 갖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 아닐까 싶다”면서 “대법관 수를 늘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끝낼 게 아니라 실제 판단을 하는 권리 구제형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원 개혁 요구 현실화 과제는 이제 21대 국회로 넘어간 만큼 앞으로 센터는 입법 촉구 활동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민변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최근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대법관 증원 및 구성 다양화 △국민의 재판청구권 확대 △판결문 전면적 공개 및 법관평가확대(실질화) △비위 판·검사 탄핵 및 징계 등을 21대 국회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법개혁 5대 과제로 선정했다.
성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입법화 단계 들어선 부분들이 안착하고 사법개혁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