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부회장 "코로나 이후 엄청난 사업기회 온다"

[만났습니다]①김경준 딜로이트 부회장 인터뷰
디지털환경서 큰 언택트 비즈, 코로나가 촉매제
강요된 언택트 환경에서 사회적 변화 속도낼 것
변화 트렌드 읽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
  • 등록 2020-03-27 오전 6:00:00

    수정 2020-03-27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untact·비대면) 비즈니스 에너지가 훨씬 강하게 축적되고 있습니다. 2~3년 뒤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산업의 주도권을 흔들 것입니다. 변화 과정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개인이나 조직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2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가 언택트의 촉매제가 됐다”며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사람과 직접 접촉하거나 대면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음식 배달업이나 인터넷쇼핑몰 같은 이커머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김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정에서 언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재가 됐다”며 “기존 흐름이 끊어지고 새로운 형태가 등장할 때 혼돈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기술이 나오면 생활을 조금씩 바꾸고 생활이 바뀌면 사업 구조가 변화한다”며 “언택트가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인터뷰
다음은 김 부회장과 일문일답이다.

△언택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인가.

-디지털 환경이 가족관계, 생활방식, 직업 양상, 조직 구조 사회관계를 바꾸고 있다. 사람이 언택트 하고 싶어도(비접촉하고 싶어도) 과거에는 못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이런 욕구를 맞춰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가 불쏘시개가 됐다. 언택트 환경의 가속도가 붙었다는 뜻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디지털 환경이 뒷받침됐어도 언택트 비즈니스가 주류로 부상하지 못했다. 가령 화상회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쓰지 않았다. 사람들에게는 과거 방식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임원 입장에서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어도 부하 직원을 불러서 깨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소위 강요된 언택트 환경이 조성됐다. 급작스럽게 적용하느라 일부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그래도 과거에는 몰랐던 교훈을 많이 배울 것이다.

과거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쟁에 동원된 남성 대신 여성이 일터를 채우며 여권 신장의 목소리가 커졌듯이, 코로나 이후 새롭게 접한 언택트 환경이 우리 비즈니스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언택트의 위력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는 뭔가.

-국내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이마트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고 있다. 얼마 전까지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또 다른 유통 강자인 롯데그룹은 점포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반면 대표적 언택트 비즈니스를 하는 배달의 민족은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렸다. 배달의 민족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36억유로(4조8000억원) 가량의 몸값을 받았다. 1년 전에는 수천억원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5000만명으로 정체돼 요식업 자체는 연간 10% 성장할 수 없다. 그 시장에서 침투율을 놓고 보면 외식업 주도권은 완전히 넘어갔다.

△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한다는 뜻인가

-사람들은 이제 극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영화를 본다. 심지어 재택근무도 일상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2~3년 뒤 완전히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가 전개될 것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언택트 환경을 보완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존의 등장으로 금방 사라질 것 같았던 월마트가 지금까지 잘 버티는 이유기도 하다.

△오프라인 기업도 변화하려 노력한다.

-온라인, 언택트 이런 게 무서워서 억지로 하는 게 많다. 과거 오프라인의 방식을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게 한계다.

△언택트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기업들로선 그 부분이 가장 고민일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 지금처럼 먹고 살면 가장 좋다. 그런데 언택트 환경을 구축한 사업자가 자꾸 들어오면서 기존 기업이나 새로 진출한 기업 모두 돈을 못 버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쿠팡이 있는 온라인쇼핑 시장이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은 규모도 작고 아직 시장 정리가 덜 됐다. 피 흘리는 경쟁을 끝내면 돈을 버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우리 소비시장으로 안된다면 아마 해외로 나가는 쪽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

△언택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뭔가.

-비대면 사업이지만 고객이 가려워하는 것을 잘 짚어내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고객의 행동 분석과 경험 분석을 잘 해서 차별화할 역량을 가진 회사가 언택트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선식품 ‘샛별 배송’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마켓컬리가 대표적이다. 본질은 일종의 푸드 콘텐츠 유통 비즈니스라고 본다. 사진이라던지, 치즈 하나를 보내도 스토리를 차별화했다.

기존 흐름이 계속 연장된다면 누구라도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추세가 끊어지고 새로운 행태의 구조가 나올 때 혼돈이 생긴다. 그 혼돈 속에서 기회가 생긴다. 남보다 새로운 변화를 읽으면 그게 기회다.

JP모간은 19세기 미국의 철도시대를 열었다. 철도와 같은 인프라 사업은 초창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회수하는 구조다. 투자와 수익의 미스매치가 있다. JP모간은 이 지점을 읽고 회사채를 고안해 돈을 벌었다. 정보화 혁명의 초창기 투자자금은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켄에서 시작됐다. 전통 은행권이 외면하던 신용도가 낮아 은행 차입이 어려운 벤처기업을 주로 공략했다. 이 돈으로 큰 곳이 대표적인 IT기업 휴렛팩커드(HP)다. 변곡점을 읽으면 돈을 번다.

김 부회장은...

△1963년생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농경제학 대학원 졸업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기업금융부·지점·기업분석부 △쌍용경제연구소 △쌍용정보통신 △딜로이트 컨설팅대표이사 △딜로이트 경영연구원장 △딜로이트 부회장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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