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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반월산단에서 자동차부품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우리 같은 중소 제조업체들은 야간 특근을 해야 그나마 수익이 나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마저 없어 근로의욕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며 산단 내 분위기를 전했다.
국가 제조업 근간인 산업단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미 자동차·조선·기계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은 2624억달러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는 2010년 3431억달러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업체 수는 늘어 산단의 영세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산업단지 입주업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0만 1784곳으로 전년(10만 786곳)보다 약 1000곳이 증가했다. 산단 내 50인 미만 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3%를 차지하고, 생산액 비중은 16.9% 정도다.
자동차부품 업체 B사 대표는 “일부 거래처들이 중국산 부품 조달이 힘들고 수출길마저 막히자, 이를 핑계로 대금 결제를 미루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그렇다고 거래를 끊어버리면 당장 일감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대표도 “‘바이어가 물건을 사러 안 온다’, ‘배가 안 뜬다’는 등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말하니 대금을 빨리 달라고 독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제가 밀리니 당장 인건비나 생산계획도 세우기가 어렵다. 자금상황이 점점 목을 조여 오는 판국”이라고 토로했다.
산단의 또 다른 어려움은 마스크 수급이다. 고령자나 외국인 근로자가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조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지만, 정부가 마스크 물량 중 80%를 공적으로 판매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이 최근 전국 77개 조합원사들에게 마스크 수요량을 조사한 결과, 대구·경북 업체들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약 10만장의 마스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분진이 많이 일어나는 업종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를 해야했다”며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지금 공적 판매를 한다고 하는데, 제조업 근무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물량도 정부가 확보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산단 내 제조업체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이미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부터 기업들은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간 출입 자체가 제한되다 보니 원·부자재 수급은 물론 판로까지 막히게 된 상태”라며 “당장에는 여행업이나 항공업 등이 직격탄을 맞겠지만, 생산과 유통이 전부 힘들어지게 된 제조업들이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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