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입니다. 글로벌 특허 전쟁 속 기업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특허를 들여다보면 이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깊은 고민과 전략부터 목표까지도 엿볼 수 있죠. 물론 모든 특허가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특허를 통해 작은 기업부터 커다란 시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볍게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천지창조’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아담의 창조’. 이 작품은 하나님이 아담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뻗어 ‘터치(touch)’하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많은 예술가는 이를 신이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손가락 터치를 통해 생명의 불꽃이 전달됐다고 이해하는 시각이죠.
아담이 손가락 터치를 통해 생명을 가지게 된 것처럼 200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도 터치로 생명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혁신의 결과물인 터치 방식은 기존 자판을 없애 화면을 키우면서도 보다 쉽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기존 휴대폰에 있던 자판을 ‘딸깍’하고 누르는 방식 대신 스크린을 ‘톡’하고 터치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세상에 공개한 ‘아이폰’이 터치가 아닌 자판 방식이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IT기기들이 풀스크린을 적용하면서 홈버튼 등 기본적인 버튼조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기기 측면의 전원 버튼과 볼륨 조절 버튼 등도 터치로 대체하려는 시도도 일고 있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부터, 냉장고, 밥솥 등 대부분 가전도 기존 버튼 대신 터치를 채용하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터치가 평정한 세상이죠.
|
LG전자(066570)가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출시한 ‘G8 씽큐(ThinQ)’는 ‘에어모션’이라는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에어모션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하거나 전화를 받고 화면을 캡쳐하는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전면 카메라 근처에 손가락을 대고 좌우로 움직여 음량을 조절하고 손가락을 쥐었다가 펴 화면을 캡처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뮤직 앱 등도 간단한 손가락 이동으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굳이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대지 않고도 빠르고 간편하게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구글은 IT기기는 물론 자율주행차 등을 손짓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최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구글이 승인받은 레이더 기반 동작 감지 장치는 손가락이나 손 모양의 움직임을 레이더를 통해 감지해 스마트폰부터 컴퓨터, 가전 등을 작동시킵니다. 터치나 마우스 동작 없이도 허공에서 손짓 만으로 기기에 동작을 명령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구글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율차에서도 이같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션센서와 자이로스코프 등이 장착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사용자가 팔을 위아래 또는 좌우로 흔들어 TV 채널을 변경하거나 소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TV뿐만 아니라 세탁기와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도 간단한 손짓으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기기 작동을 위해 해당 기기를 만지는 일은 물론 가까이 다가갈 필요조차 사라지는 셈입니다.
특히 손짓 등 모션을 감지해 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은 인공지능(AI) 스피커의 음성 인식 방식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바디랭귀지(body language)’를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은 물론 실사용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