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육아휴직 제도에서 노동자에게 중요한 두 가지는 ‘육아휴직 쓸 수 있느냐’와 ‘그 기간 동안 임금 보전을 통한 생계유지가 가능한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당장 출산율을 올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이 키우면서 살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육아휴직 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노동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다.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부터 3개월까지 통상임금의 80%(상한액 월 150만 원, 하한액 월 70만 원)를 받고, 4개월째부터 육아휴직 종료일까지는 통상임금의 40%(상한액 월 100만 원, 하한액 월 50만 원)를 받을 수 있다.
이 원장은 “예를 들어 중소기업 한 파트에서 3명이 근무하는데 한 명이 육아휴직을 가면, 1년 동안 나머지 두 명이 일을 다 해야 한다. 대체인력을 구하더라도 숙련도가 떨어져 남은 사람들이 부담이 크다”며 “일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며 먹고 살 수 없어 노동자가 오히려 육아휴직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제도 도입이 어려운 이유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를 바라보는 중소기업 내부 분위기나 정서는 다르다”며 “제도를 변형해 육아휴직제도의 융통성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육아휴직 기간이 짧으면 급여 대체율을 높이고 육아휴직 기간이 길면 급여 대체율을 낮추는 등 여러 유형을 만들어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르웨이는 육아휴직 제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라면 육아휴직 기간 내에서 하루중 1시간, 2시간씩 단축 근무할 수도 있다. 하루에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다양하게 쪼개놨기 때문에 노동자가 자유롭게 육아를 위한 시간을 갖고, 급여손실도 크지 않다.
이 원장은 정부가 일·가정 양립 중소기업 모델을 만들어 기업에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영세한 기업에서는 육아휴직 제도를 적용하기 쉽지 않고, 경영진도 관심이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을 위한 일·가정양립 우수 모델 등을 발굴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우수성을 알려야 중소기업에서도 도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 인력 대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선호할 것”이라며 “사회 특성에 맞게 근로 형태를 조정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원장은 육아휴직제도 혜택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자영업자·학생 부부에게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봤다. 현재 육아휴직급여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은 돈인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하고 있어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혜택이 전무하다.
우리처럼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는 ‘가족 금고’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기금을 조성했고, 스웨덴·캐나다 퀘벡주는 부모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 사회보험 방식을 쓰고 있다.
이 원장은 “퀘벡에서는 부모보험을 도입할 때, 미래세대가 나를 부양한다는 관점에서 기금을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스웨덴은 학생 부부에게도 육아휴직 급여를 준다. 이들을 한시적 실업자로 보고 아이를 키우는데 일·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라며 “자영업자·실업자 학생 부부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잠시 쉬는 사람도 모두 기금 내로 들어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수당 등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거시적인 측면에서 사회 분위기나 문화를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이 원장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고용구조나 임금체계를 바꾸고 일·가정양립 수용·양성평등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바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