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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2년째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7·여)씨. 그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 입안자들이 ‘임금’을 기준으로 좋은 일자리를 구분짓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 3월 정부가 내놓은 ‘3·15 청년 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 취업하는 청년에게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실질소득을 최대 1000만원까지 끌어올려 주는 게 핵심이다.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들과 임금 격차를 줄여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박씨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임금이 높다는 것 외에도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성숙한 기업 문화 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급여만 높다고 좋은 일자리 아냐”
문재인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 중 하나로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 해소방안을 들고 나왔다. 취업준비생은 구직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는현실만 타개해도 적지 않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소기업 취업시 재정을 투입해 대기업 수준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겠다는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4년제 B 대학 어문학과를 휴학하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중비 중인 김모(25)씨는 “부모님도 그렇고 어느 정도 급이 되는 회사를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경력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중소기업 대책으로는 구직자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온전한 상황에서 일시적인 지원책을 믿고 불투명한 중소기업의 미래에 베팅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B 대학의 국제학부생인 김모(25)씨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유지되는 한 중소기업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 취업은 미래가 걱정스러워 선택지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공무원이 최고”
공시족들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에 공공분야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는 약속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반면 중소기업 지원책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9급 공무원을 2년째 준비중인 안모(27)씨는 “어차피 공무원은 돈을 적게 받는 거 알면서도 다들 준비한다”며 “문재인 정권이 끝나고도 중소기업 지원책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바뀌는 정책으로는 일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직장 선택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후 노량진 학원에서 경찰공무원을 2년째 준비중인 김모(28)씨도 “아무리 그래도 공무원 만한 게 없다”고 했다. 김씨는 “자주 만나는 친구 6명중 3명이 공무원을 준비한다. 그 만큼 지금 환경에서 자신의 생활을 누리면서 직장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게 공무원이 아니냐”며 “안정성 부분까지 포함하면 준비 기간이 길어져도 가장 좋은 선택지는 공무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