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 등에 휘말려 사퇴 압력이 거세지면서 금감원의 개혁 동력이 꺾일까 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런 ‘원장 리스크’는 현실이 되고 있다. 김 원장이 현직 금감원장으로는 사상 최초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금감원 업무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돼서다.
檢, 김기식 원장 수사 착수 ‘초읽기’…현직 최초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의 김 원장 수사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전날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 김 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형사소송법상 관할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른 시일 안에 수사를 담당할 검찰청을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납세자연맹도 이날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김 원장 해외 출장 당시 경비 지원 내용과 영수증, 출장 보고서 등을 공개하라고 청구하며 공세에 힘을 보탰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으로 일하던 지난 2015년 이 연구원 지원을 받아 미국·유럽 등을 방문했다.
김 원장 이전에도 금감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적은 있다. 전임 금감원장 11명 중 5명(45.5%)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막강한 감독 지휘권을 휘두르는 만큼 대형 금융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도마 위에 오른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초대 이헌재 전 원장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으로 퇴직 후인 2006년 대검 중수부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2대 이용근 전 원장과 3대 이근영 전 원장은 2003년 구속기소 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용근 전 원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및 부위원장 재직 당시인 1998~1999년 나라종금에서 청탁과 함께 4800여만 원을 받은 혐의였다. 이근영 전 원장은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시도하던 김흥주 삼주산업 회장을 김중회 당시 금감원 부원장에게 소개해준 사실이 드러나 금품 비리 의혹에 엮였다.
4대 이정대 전 원장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금감원장이었다는 이유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했다. 7대 김종창 전 원장은 부산저축은행 그룹을 위한 검사 무마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금감원을 떠난 지 석 달 만인 2011년 6월 대검 중수부 포토 라인에 섰다.
금감원 내부선 “개혁 동력 약화할라”…김 원장은 ‘정면돌파’ 강수
|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초유의 사태로 인해 새 정부가 내건 금융 개혁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 고발을 당하면 수사를 받느라 직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만큼 사표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논란이 여·야 간 정치 공세로 비화해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하면서 이와 별개로 금감원장 업무는 계속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원장은 이날 금감원 간부 회의에서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경영 혁신 태스크포스(TF) 가동을 지시했다. TF 운영 기간은 3개월로, 검찰 수사 리스크 등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