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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이유를 물을 때마다 취재진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다당제가 자리잡지 못하는 한국 정치문화의 특수성을 부연하기 위한 차원이다. 유승민 바른미래 공동대표도 지난 대선 때 바른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며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간다’ ‘죽음의 계곡을 건너자’고 표현했다.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달랐으나 모두 원내 3당이 처한 ‘가시밭길’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정치사에서 원내 3당의 생명력은 짧았다. 지방선거나 총선 등에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제1·2당에 흡수·통합되거나 소멸되곤 했다. 3당이 금방 사라지는 요인으로는 양당제에 유리한 선거구도, 인물·지역에 지나치게 기댄 점 등이 꼽힌다.
가장 오랜 생명력을 유지한 제3당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다. 김종필 전 총재가 지난 1995년 충청을 기반으로 창당해 약 11년간 정치무대에 존속했다. 김 전 총재는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독자세력화를 시도했다. 당시 민자당에서 탈당한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불리한 환경에도 이듬해(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50석이나 차지하며 원내 3당 지위를 공고히했다.
그 외에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2년에 창당한 통일국민당도 빼놓을 수 없다. 창당 한 달 만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총 31명의 당선자를 내며 주목받았으나 정 명예회장이 14대 대선에서 낙선하며 급격히 몰락했다. 정몽준 전 의원이 2002년 대선 직전 창당한 ‘국민통합21’, 문국현 전 의원의 ‘창조한국당’도 비슷하게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다.
양당 위주의 정치구도 역시 국민·바른정당에겐 불리하게 작용하자 안철수·유승민 두 대표는 두 당을 통합한 ‘바른미래당’을 출범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당장 70일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바른미래당의 첫 시험대다. 한국당과 차별점을 부각해 ‘대안야당’으로 자리잡을 경우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생존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유승민 공동대표가 꺼낸 ‘한국당과 연대’를 두고 내부 반발이 빗발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에 다당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당제에 대한 염증으로 인해 다당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나타난 지 꽤 오래됐다”며 “최근 개헌안 논의에서도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제도 개편으로 다당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