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사교육 규제 사각지대 '문화센터'…수업 44%가 영유아 대상

작은육아 4부 ‘키즈카페부터 유아 사교육까지’
문화센터 수업 2만개 중 44%가 24개월 이하 영유아 대상
영어발레·놀이수학 등 일주일에 3~4개씩 수강도
문화센터 영유아수업이 사교육 시작 연령 끌어내려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받아 수업 등 제재 전무해
"교과과정 운영시 학원법 적용 등 변종 사...
  • 등록 2017-11-24 오전 6:30:00

    수정 2017-11-24 오전 9:24:01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39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서 관람객들과 어린이들이 영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문화센터 수업 땐 항상 사람이 꽉 차요. 영아 오감놀이나 발레 등 인기 수업을 들으려면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은 일찍 도착해 있어야 한다니까요? 전 아이를 문화센터에 늦게 보낸 편인데 빠른 부모는 생후 6개월에도 문화센터를 다니더라고요.”

2세 아들, 4세 딸을 육아 중인 주부 서미현(31)씨는 문화센터 마니아다. 4세 딸은 지난해부터 발레와 체조, 미술 3가지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서씨는 2세 아들은 오감 발달 및 신체능력 향상 수업을 듣게 할 생각이다.

서씨는 “주변 또래 아이 엄마 90%가 아이를 문화센터에 보낸다”며 “아이의 창의력과 재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부모가 집에서 이런 활동을 해줄 여유는 없으니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운영하는 문화센터는 영유아 부모들 사이에서 ‘어린이집 입학 전 통과의례’, 자녀를 ‘종합 인재’로 육성하기 위한 필수코스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다. 문화센터는 갓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각종 예체능과 놀이, 영재 발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강료도 다른 전문 학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문제는 문화센터가 일반 학원과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센터 영유아수업이 사교육 노출 연령을 끌어내리는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정책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베이비수영부터 영어놀이까지 수업 44%가 영유아용

홈플러스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운영 중인 문화센터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대형마트·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수는 약 360여곳에 이른다.

문화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연령대별로 다양하지만 영유아를 위한 교육 및 놀이 프로그램들이 인기와 비중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한국보육지원학회가 전국 백화점·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300곳을 실태 조사해 발표한 ‘영유아 문화센터 프로그램 실태와 교육내용 분석’에 따르면 문화센터들이 운영하는 영유아용 프로그램의 개수는 총 2만 7596개 정도다. 이 중 24개월 이하 영아들을 위해 개설된 수업만 1만 2286개(44.5%)에 달했다.

센터별로 운영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수업은 대개 주 1회 40분~최대 1시간씩 이뤄지며, 3개월 기준 8만~2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수업을 듣는 아동들의 연령대가 낮아 베이비마사지, 영어 및 음악놀이, 동화구연, 오감발달 등 주로 신체와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 프로그램이나 발레와 미술 등 예체능 수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보통은 24개월 이후, 빠르면 생후 13~14개월부터 수강을 시작할 수 있다.

아이의 사회성과 면역력, 지능지수를 자극해준다는 ‘베이비마사지’, ‘베이비수영’ 프로그램 등 부모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수업은 생후 1년이 안 된 아기도 수강이 가능하다.

서울 양천구 A문화센터 관계자는 “과거에는 4~7세의 유아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의 비중이 높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0~30개월 이하의 영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왕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아이가 생후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방문하는 부모들도 있다. 육아 커뮤니티나 산후조리원 동기 등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B문화센터 관계자는 “여러개 수업을 함께 수강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며 “오감놀이나 인지, 언어 교육 등 학습용 수업 1개에 예체능 수업 2~3개 정도를 신청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세 딸을 문화센터 4곳에 보내는 워킹맘 신모(35)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기 전까지 아무 데도 보내지 않으면 엄마들 사이에서 바보 취급을 받거나 아이를 방치한다는 핀잔을 듣는다”며 “문화센터는 가격도 저렴하고 놀이 형태 교육을 지향해서 부담이 적다. 학습용 2개, 아이가 원하는 예체능 수업 2개를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놀이 및 스포츠와 언어·수학 등 과목을 접목한 종합 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다. 문화센터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영어발레’, ‘놀
(사진=롯데마트 문화센터 홈페이지)
이로 알아보는 수학’ 등 이다.

일반학원 다름 없는 교과 학습…학원법 사각지대

문제는 일부 강좌들이 일반 사설 및 영재 학원과 다름없는 커리큘럼을 진행함에도 불구, 수업을 듣는 아동들의 연령대나 수업 시간, 내용 등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문화센터는 교육기본법에 규정된 평생교육법상 ‘평생교육시설’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보습학원이나 영재학원, 예체능 학원들은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에 따라 과도한 선행학습과 초과 수업 등을 제한 받지만, 문화센터는 학원법 제2조 ‘평생교육시설은 학원 시설에 제외된다’는 조항에 따라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일찍이 예체능, 놀이 교육을 받게 하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곤 볼 수 없다. 다만 그 창구로 애용되는 문화센터가 평생교육시설로 분류된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 교과 학습 위주 프로그램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 우려된다”며 “이는 문화센터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아동 성장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문화센터가 일반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경우는 학원법의 적용을 받게 하거나 규제안을 마련해 ‘변종 교과 사교육 학습’이 양산되지 않게끔 금지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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