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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인 사회에서 국민당 군자금 관련 소문과 숨겨놓은 보물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때 한국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건수들이 비밀리에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중국 사업을 접고 돌아온 후 한국에서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동분서주 할 때였다.
10년 남짓, 그사이 한국 사정, 특히 정치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3김 중 한분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30여 년 가까이 우리 사회를 물들였던 군사문화를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가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그 같은 시대 정신의 일환으로 육사 동기생인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수의복 차림으로 공개 재판 받은 장면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매스컴에 연일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군인 정신, 대통령의 품격, 대한민국의 국격 등을 따질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현직 대통령도 자신은 물론 대통령 아들의 행태가 예사롭지 않아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무엇이 정상인지 어떤 것이 비정상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21세기를 맞았다.
이때 해외에서 온 한인 사기꾼들과 한국에 사는 ‘타짜’ 앞에 던져진 먹잇감이 바로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이었다.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탄에 세상을 떠난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여기에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들의 비자금이 더해졌다. 바로 이 자금이 스위스 등 일부 유럽 비밀은행에 예금되어 있다는 것. 이 자금은 당초 냉전시절부터 해외 정보활동에 필요한 정보자금으로 반출되기 시작했는데 10 26사태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다음 대통령 몫으로 넘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에 보내지 못한 어마어마한 통치 자금이 국내 모처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국내에 숨겨져 있다는 비자금 소문을 정리해보자. 국내 정치 상황이 너무나 어려웠던 1980년대 초 정부가 당시 통용되고 있던 돈을 바꾸기로 하고 신권을 제작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정책이 변경되어 구권과 신권을 교환할 수 없게 됐다. 구권과 구분이 안 되는 이 신권을 당연히 소각 처분해야 하는데 이 돈을 소각하지 않고 빼돌려 대통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돈을 경기도 모처에 있는 몇 개의 컨테이너 박스 속에 숨겨 놓았다. 이 돈을 시중에서 아무도 몰래 현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화 하는 방법이 아주 간단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모 시중은행 지점을 찾아가 지점장 실에서 자신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다. 그리고 10억 원 단위로 예금을 한다. 예금 후 만 3일이 지난 후 잔액을 확인해 보면 된다. 예금한 액수의 20%가 추가된 자금을 인출할 수가 있다.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다. 4일에 20%씩 남는 장사가 된다? 너무 너무 신기했다.
<다음회 계속>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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