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력사태 친박세력은 보수 아닌 폭도다

  • 등록 2017-03-14 오전 6:00:00

    수정 2017-03-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매주 열린 대규모 탄핵반대 집회, 이른바 ‘태극기 집회’ 현장 취재는 항상 조심스러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주 취재진에게 언성을 높였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들고 있던 태극기봉으로 기자를 내리치는 사람도 있었다. 폭력사태는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당일 발생했다. 선고결과에 분노한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과 7시간 가까이 대치하며 차벽과 바리
케이트 등을 물리력으로 무너뜨리려 했다. 이들은 죽봉과 각목 등을 경찰에게 휘둘렀고 기자들을 집단으로 폭행했다. 경찰은 이날 폭력사태로 현재까지 3명이 죽고 6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며 사실상 헌재결정 불복선언을 했다.

이같은 박 전 대통령의 불복선언 탓에 당분간 탄핵무효 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은 ‘국민저항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탄핵무효’ 투쟁을 위한 결의를 다진 상태다. 이 과정에서 또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북한 공산주의의 위협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나왔다’며 이른바 ‘애국보수’를 자칭한다. 그러나 최고 헌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을 무시하고 공권력과 언론에 린치를 가하는 자들은 ‘보수’가 아니다. ‘애국’도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를 제외하고는 국민 누구도 이들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같은 폭력사태에는 경찰의 책임도 적지 않다. 우려할 만한 과격주장과 폭력행위가 적지 않게 있었는데도 눈감은 탓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태극기 집회의 과격발언에 대해 “말싸움은 일일이 수사할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만약 경찰이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지 않고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사망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지금이라도 경찰과 검찰은 엄정한 공권력 법집행으로 법치질서 확립에 나서야 한다. 공권력은 본연의 역할에 매진하기 바란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니 더 이상 눈치볼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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