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CB 발행규모가 두 배 가량 급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투자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인데도 CB 발행시장 자체가 발행자 우위로 바뀌면서 수 년째 영업적자에 시달리거나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까지도 CB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이 발행한 CB 등은 자산운용, 투자조합 등에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메자닌 펀드 투자시 실적 등을 가려 선별적으로 투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 메자닌 열풍에 ‘깜’ 안되는 기업도 CB
23일 펀드분석업체인 KG제로인에 따르면 CB,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연초 165개에서 224개로 늘어났고 펀드 설정액도 7230억원에서 1조686억원으로 50% 가량 증가했다. 다만 이는 펀드명에 ‘메자닌’으로 표시된 사모펀드만 걸러낸데다 전문사모펀드를 제외한 수치라 실제 메자닌에 투자하는 펀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업계에선 라임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등 해지펀드를 중심으로 메자닌 펀드 투자가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자닌 펀드 열풍에 CB 발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가 올 1월부터 11월말까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의 CB 발행규모를 조사한 결과 권면총액이 5조288억원(329건)으로 전년동기보다 94.3% 증가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3조3223억원(260건)으로 101.8%나 늘어 중소형주 중심의 CB 발행이 급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CB 등을 발행하고 싶어도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발행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발행자 우위 시장이 되다보니 실적이 안 좋은 기업도 발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발행자 우위 시장이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되는 CB도 여럿이다. 코렌텍(104540)은 지난달초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전환가액을 당시 주가(11월 8일 종가 1만3450원)보다 높은 1만6000원으로 정했다. 또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을 조정할 순 있지만 최소 1만3167원 이상이 되도록 했다. 사채 만기일이 2021년 11월 23일인데 조기상환 청구도 채권이 발행된 후 4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자율은 0%..주가 상승에 기댄 메자닌 투자
그러나 메자닌 펀드 수익률은 펀드가 조성된 후 1년반이나 2년이 지난 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단 지적이 나온다. 통상 주식으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CB가 발행된 후 1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수익률이 의미가 있단 분석이다. 메자닌 펀드 대부분이 채권 금리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전환사채의 표면이자율이나 만기이자율은 0%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전환가액을 최대한 낮춘 후 향후 주가가 오를 때 시세차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채권가격도 낮고 주가도 낮은 현 시점이 오히려 메자닌 펀드에 가입하기 적당한 시기”라며 “우량한 기업들만 골라 담은 메자닌 펀드는 내년 하반기쯤이면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메자닌펀드= CB나 BW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이자와 원금이 보장되는 채권 투자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향후 주가가 오를 때 주식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얻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