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된 예술 '순천만 습지'를 채우다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1호 국가정원서 연 첫 국제미술제
내달 18일까지 26개국 58팀 참여
최평곤 대나무 조형 설치물
오태원 허공에 물방울 풍선 등
설치·전시·퍼포먼스 등 선봬
  • 등록 2016-11-21 오전 6:06:00

    수정 2016-11-21 오전 6:06:00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를 연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일대의 WWT습지 주변에 자리잡은 최평곤 작가의 대나무 설치작품 ‘돌아가는 길’. 언덕부터 습지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듯한 사람형상이다. 왼쪽 뒷편으로 허강 작가가 쪽배와 애드벌룬으로 만든 ‘만천명월’이 보인다(사진=김용운 기자).


[순천=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대나무로 엮은 인물상이 습지 안에 반쯤 몸을 묻고 서 있다. 갈대가 무성한 습지 주변에 쪽배 한 척이 떠 있고 그 위에는 하얀색 애드벌룬이 묶여 있다. 주변에 어둠이 내리자 애드벌룬에서 빛이 나온다. 마치 보름달 같다. 새 깃털 형상으로 만든 조형물은 바람결에 따라 흔들린다. 하늘에는 물방울 모양을 한 거대한 풍선이 석양에 반짝인다.

‘2016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가 오는 12월 18일까지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다. 올해 개최한 ‘순천만국제환경미술제’는 순천시가 국제조형예술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s of Art·이하 IAA)와 교류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성사됐다. IAA는 1948년 미로· 들로네·마타·칼더 등 세계적인 조형예술가들이 만든 국제전업작가 조직으로 유네스코의 공식 파트너기도 하다.

순천시는 2013년 조성한 순천만국가정원의 활용을 위해 고심하던 중 올해 IAA와 교류협약을 맺고 순천만국가정원의 특성을 살린 미술제를 열기로 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 평가받는 순천만의 훼손을 막기 위해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습지 사이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정원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국가정원과 어우러진 환경친화적 작품

미술제의 주제는 ‘낙원을 즐기듯이 돌아본다’는 의미의 ‘낙원유람’(樂園遊覽)으로 순천만국가정원 서문에 있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일원이 주요 전시장이다.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앞 야외 WWT습지 주변서 열리는 제1전시(야외설치전)와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열리는 제2전시(실내전), 제3전시(퍼포먼스전)로 구성했다. 세계 26개국 58명(팀)의 작가들이 참여해 설치와 회화·미디어·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최평곤의 ‘돌아가는 길’(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미술제가 열리는 순천만국가정원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전시는 야외설치전이다. 최평곤 작가는 언덕부터 습지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듯한 사람 형상의 대나무 조형작품 ‘돌아가는 길’을 내놨다. 최 작가는 “순천만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자연의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었다”며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말했다.

허강 작가의 ‘만천명월’은 물가에 비치는 달빛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설치 작품. 쪽배 위에 올려 놓은 하얀색 애드벌룬에 조명장치를 붙여 밤이 되면 보름달이 수면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허 작가는 “순천의 자연 속에서 달과 쪽배를 통해 훼손한 자연과 변치 않는 달의 이미지를 환기하고자 했다”고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스페인 작가 로저 리고스의 ‘날개’는 하얀 천으로 만든 날개모양의 조형물을 습지 위에 띄워 자연스럽게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오태원 작가의 ‘제로 그래비티, 빅드롭스’(Zero Gravity, Big Drops)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옥상 위에 설치한 작품으로 허공에 물방울 모양의 풍선들이 매달린 모습이다. 오 작가는 “낙원이란 무중력 상태처럼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나는 곳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미국작가 스티븐 시걸의 ‘순천에서 엮다’(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예술제)


미국 작가 스티븐 시걸의 ‘순천에서 엮다’는 시걸이 1990년대 이후 제작한 일련의 종이작업 중 가장 최근의 작품. 수천 ㎏에 달하는 폐신문지를 소나무와 죽은 나무 사이에 마치 벽을 쌓듯 쌓아 올려 자연의 순환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작가 피어 홀투이젠의 ‘공간낙원’과 잠비아 작가 찰스 참바타의 ‘신세계 건설을 위한 자연으로부터의 탈주’ 등이 눈에 띄며 이용백 작가의 ‘유목하는 섬’, 이승택 작가의 ‘기와 입은 대지’, 김구림 작가의 ‘음과 양 2016’ 등 국내 미술계 대표 작가들의 신작도 관람객을 맞는다.

네덜란드작가 피어 홀투이젠의 ‘공간낙원’(사진=김용운 기자)


◇ 실내전시와 퍼포먼스로 ‘현대미술’ 공유

실내전시는 ‘남도의 낙원’을 모티브로 작품을 배치했다. 김기라·김형규 작가의 ‘새로운 세계의 사상화’ ‘세기의 빛’을 비롯해 조영아 작가의 ‘기억의 껍질’, 칠레 작가 프란시스코 살라스의 ‘에덴의 씨앗’, 중국 출신으로 미국서 활동 중인 양친의 ‘3번가 걷기, 6번가 걷기’, 멕시코 작가 마가리타 샤콘 바흐의 ‘낙원으로의 비행’ 등 국내외 작가 12명(팀)이 참여해 조각·설치·미디어아트 등을 전시한다.

최요안의 ‘현상계’(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특히 이이남 작가는 매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입구서 펼치는 ‘빛-꽃 2016, 레이저’라는 작품을 통해 기존의 회화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와 다른 형식의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이외에도 퍼포먼스전은 ‘큰 뜰 유람’이란 주제로 방효성·신용구 등 국내 작가와 알리 브람웰, 가브리엘 아담스 등 해외작가가 참가해 자연과 벗 삼아 풍류를 즐기던 한국의 선비 정신과 세계의 자연이 녹아든 다양한 퍼포먼스를 미술제기간 내내 선보인다.

김영규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정원이 옛날처럼 힐링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배우기도 하며 자연의 변화까지 경험하는 곳이 될 수 있다”며 “순천에서 여는 첫 국제미술제인 만큼 준비 과정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많은 미술인이 협력해 뜻깊은 미술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이남의 ‘빛-꽃 2016, 레이저’(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중국작가 양친의 ‘6번가 걷기’(사진=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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