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롯데' 화장품 진출, 중소업체 "나 떨고 있니"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화장품 사업'..유통 대기업도 진출
중소 화장품社 "유통공룡에 설자리 빼앗길 것" 타격 예상
"시장 경쟁 치열해 유통만으론 어려워" 부정적 시선도多
  • 등록 2016-06-12 오전 10:37:49

    수정 2016-06-12 오후 6:31:53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코리안(K)-뷰티’ 인기에 화장품이 성장 업종으로 떠오르자 유통 대기업까지 뛰어들고 있다. 가격과 유통망에 민감한 중소기업 화장품 업체는 상당히 긴장하는 반면 시장 참여자가 포화 상태인만큼 유통망만 내세워선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자체브랜드(PB) ‘엘앤코스(el&cos)‘를 만들어 여름 전용 기능성 화장품 2종을 출시했다. 제조는 한국콜마에서 하고, 유통은 롯데백화점 온오프라인 매장을 비롯해 자사 화장품 편집숍인 ‘롭스’를 활용하겠다는 것. 가격을 1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게 책정한 후 올해 안으로 10가지 품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자체 브랜드 ‘엘앤코스’의 ‘아이스 쿨 미스트’와 ‘아이스 쿨 밴드’. (사진=롯데백화점)
우길조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장은 “화장품 시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9.9% 성장했다”며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상품군으로 자체 브랜드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의 화장품 진출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신세계(004170)는 지난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에 이어 스웨덴 향수 브랜드 등을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지난해 말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손잡고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화장품 제조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있다.

CJ오쇼핑(035760)도 자체 화장품 브랜드 ‘셉(SEP)’을 시작으로 캐비어 화장품 ‘르페르’ 등을 론칭했다. CJ오쇼핑 측은 “르페르가 30만원 후반대의 높은 가격에도 홈쇼핑 방송에서 시간당 매출 3억을 기록하는 등 강남을 중심으로 인기가 상당하다”며 “지난해 방판 조직을 갖춘 ‘교원’과 협약을 맺고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로는 최초로 방판으로 팔고 있다. 앞으로도 판매 채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화장품 타격 적지 않을 것” vs “유통사, 화장품 키우기 힘들어“

기존 화장품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소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화장품업종은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없다”며 “그전까진 동업자였던 유통 업체들이 갑자기 경쟁자가 되니까 가뜩이나 시장 참여자가 많은 상황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신생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작고 신생 브랜드일수록 채널 노출이 상당히 중요한데 유통 기업 진출로 우리같은 브랜드들만 더 밀려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유통업체까지 화장품 시장으로 밀려들어오자 내수에 집중했던 브랜드들도 해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서 홈쇼핑으로만 화장품을 판매했던 애경은 올해부터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다. 애경 측은 “지난해 말 ‘견미리 팩트’로 유명한 에이지 투웨니스 제품군의 중국 위생허가가 났다. 최근 왕훙(중국 스타 블로거)들을 불러 ‘뷰티데이’ 행사를 개최하는 등 대륙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전체 매출의 14%였던 화장품 사업을 올해 2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 대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로드숍 브랜드 관계자는 “화장품은 유통만 잘 갖춘다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이마트(139480)가 자체 화장품 브랜드 ‘분스’를 처음 시작할 때 업계에서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이제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상향 평준화되서 유통망만을 가지고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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