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의 제주 사랑은 뜨겁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90만명에 달한다. 2010년 이후 4년만에 7배나 급증했다. 2010년 2월 5억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5년간 21개 사업에 9조 3433억원의 해외자금이 제주로 몰렸다. 이 중 18건이 중국이나 화교 자본이다.
그러나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범죄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사기에 당해 거액을 날리는가 하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허용한 무비자 입국이 밀입국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돈·사람 몰리자 범죄도 기승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주지법에서 소송가액이 1억원 이상인 민사사건은 2010년 338건에서 2013년 479건으로 3년새 41.7%(141건)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지법에 접수된 외국인이 당사자인 사건(행정사건 제외)은 2010년 95건에서 2014년 237건으로 4년새 149.5%(142건)나 증가했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최근 비자 없이 제주에 온 외국인들이 육지로 넘어가려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늘고 있다”며 “제주 현지 부동산 시세를 모르고 시가보다 비싸게 땅을 샀다가 계약 취소를 청구하는 외국인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법원에 따르면 부동산업자 강모(48·여)씨는 2010년 1월 “제주 서귀포시에 좋은 땅이 있는
데 개발될 것 같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해 1억 2600여만원을 투자받았다. 강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2013년 9월까지 피해자 15명에게서 8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강씨는 투자자들에게 “개발붐이 일고 있는 제주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부추겨 돈을 빼돌렸다. 강씨는 사기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제주도 투자를 빌미로 한 투자 사기에는 외국인도 가세했다. 중국인 A씨(29)는 2013년 “제주도에 투자를 원하는 중국인을 소개해주겠다”고 피해자 이모씨를 속여 6100여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사기죄로 징역 10월에 처해졌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낀 이권을 두고 거액 뒷돈이 오가기도 한다. 김영택(63) 전 김영편입학원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제주 복합관광단지 조성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청탁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업 편의를 봐주고 수천만원을 받은 양영근 전 제주관광공사 사장도 징역 2년에 처해졌다.
무비자 관광 악용 밀입국 통로로
정부는 제주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 제주도에 한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해 밀입국 통로로 활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김모(31)씨는 중국인 리모(42·여)씨를 밀입국시키기 위해 제주특별법의 빈틈을 이용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여객선 직원 이모(43)씨와 짜고 리씨를 이씨의 부인으로 속여 제주에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손쉽게 무비자로 제주에 도착한 리씨는 뭍으로 향하는 배를 타려다 적발됐다. 부모(39)씨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해 제주에 도착한 인모씨의 밀입국을 돕다 쇠고랑을 찼다. 부씨는 자신의 차량 루프박스에 인모씨를 태워 전남 완도로 가는 여객선에 올랐다가 루프박스에 뚫어놓은 ‘숨구멍’을 수상히 여긴 경찰관에게 덜미가 붙잡혔다. 법원은 부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관광을 온 외국인이 행패를 부려 말썽을 빚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국인 우모(43)씨는 지난 2월 숙소 옆방에 무단으로 침입하려다가 시비가 붙었다.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호텔 집기가 파손됐다. 우씨는 닷새 뒤 호텔직원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으로 때렸다. 며칠 전 난동을 핀 자신을 말린 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법원은 우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관광객으로 왔다가 불법체류 중이던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했다가 처벌을 받기도 했다. 인력소개소를 운영하는 제주도민 나모(63)씨는 불법체류 중국인 7명에게 밭일 등을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았다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