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 칼럼]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 바꿀 때

  • 등록 2014-04-11 오전 8:35:19

    수정 2014-04-14 오전 9:29:39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의 정체 속에서 전·월세 가격만 급등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집을 소유하려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집을 거주 목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어서다. 그러나 임대주택에 거주하려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임대용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람은 크게 늘지 않는 것 같다. 임대용 주택은 과연 누가 공급해야 할까?

우리나라 임차가구 중 제도권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즉, 임차가구의 80%인 약 600만가구는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다. 타인에게 주택을 빌려주고 있는 개인은 집을 1채만 소유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이다. 외국도 민간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처는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여유 주택이다. 이러한 주택의 임차 관리를 개인이 하느냐, 전문기업에 위탁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다주택자는 과거부터 임대주택의 공급자라기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꾼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는 시세 차익을 환수하기 위해 오랫동안 높은 양도세율을 부과해왔다.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는 1975년 종합소득세의 도입으로 시작되었고, 2004년부터는 1가구 3주택 이상은 60%에 달하는 세율로 중과, 2005년부터는 종합부동산세도 도입, 이것도 모자라 2007년부터는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50%에 달하는 높은 양도세율을 적용해 왔다. 그러다가 2009년 이후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 차원과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규정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다가, 2013년 말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이 아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공급자로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시각과 인식은 여전히 양면성을 갖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자이기는 하지만 부동산에 의한 불로소득의 환수 대상이라는 경계심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는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해주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그 이면에 임대소득에 대한 정상 과세가 전제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제야 비로소 다주택자의 순기능이 부각되면서 양도세 문제를 해결한 상황인데 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라니.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임대사업자의 민영주택 우선 공급이 확대되고 부동산 투자회사의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입주자 모집 조건이 완화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개정안의 배경에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민간 임대사업자 육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의한 민간 임대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아직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시행으로 여기저기서 규제 완화가 거론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투자 목적의 개인들도 분양시장에서 임대 목적의 주택을 당당하게 분양받을 수 있도록 청약제도의 큰 틀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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